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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국방

한국방위산업의 역사, 한국의 운명을 바꾼 구미공업단지

 

   
▲ 돌진하는 K-1 계열 전차들

우리나라 산업의 한 축을 꼽으라면 전자산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자공업이 발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한국방위산업학회(회장 채우석)가 지난 3월 19일 발간한『방위산업 40년, 끝없는 도전의 역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1의 전자산업단지인 구미전자공업단지가 만들어지는 데 일본인 과학자 다케이 다이사쿠 박사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1965년 박정희 정부는 대일청구권 자금과 차관이 들어오면 이를 국토개발에 이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함과 동시에 경제력을 키울 수 있는 묘안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는 우리 영토에 대한 세부적인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자료들을 참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한국생산성본부와 일본경제조사협의회가 공동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연구를 수행하고는‘한일경제협력의 방향과 그 배경 - 한일경제공동조사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은 소양감댐을 만들어 한수 이북의 수자원 관리체제를 만들고, 팔당댐을 건설하여 수도권에 상수도원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가 끝난 뒤, 몇 년 후 연구에 참여하였던 다케이 다이사쿠 박사가 함께 연구를 수행했던 한국의 백영훈 박사(현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토로하였는데, 이 때 놀라운 이야기들이 전해졌던 것이다.

  아래는 다케이 다이사쿠 박사가 백영훈 박사(현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앞으로 당신네 나라(한국)가 할 일은 전자산업이다. 장차 방위산업도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정밀무기체계의 시대가 반드시 온다. 제2차 대전에서 독일의 지멘스가 진공관을 만들었고, 일본은 이를 이어받아 반도체(트랜지스터)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일본은 한계가 있다. 정밀전자산업이 발전하려면 첫째 공기가 맑아야 하고, 둘째 맑은 물이 있어야 하며, 셋째 손기술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공기 중에 소금기가 많고, 지질이 토석이라서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 화강암 지질이라서 물이 깨끗한데, 식민지 시대에 안동댐을 건설하여 공업용수를 조달하려고 한 바가 있다. 전자산업을 하려면 손기술이 중요한데, 한국은 쇠젓가락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민족이다. 일본이나 중국은 나무젓가락을 쓰고, 미국이나 독일은 손이 커서 정밀산업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들을 들은 백영훈 박사는 이를 즉각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지체하지 않고 전자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1968년 3월부터 구미에 전자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작업이 착수되어 1969년 9월 16일에 건설부에서 구미공업단지 조성 실시계획 인가가 나고, 1972년 5월 31일에 제1단지가 조성이 완료되었다. 안동 다목적댐은 1970년 12월 수립된 4대강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인 낙동강 유역 수자원개발사업에 포함되어 1971년 4월에 착공되었고, 1977년 5월에 완공되었다. 이렇게 조성된 구미전자공업단지에는 삼성탈레스, LIG 넥스원 등의 방산업체가 있으며, 그 외에도 각 기업들의 생산시설들이 밀집해 있어 대한민국이 전자산업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출발한‘구미전자공업단지’는 현재‘구미국가산업단지’로 불리고 있는데, 지대가 주변과 비교할 때 비교적 평탄하고, 단지를 관통하는 낙동강을 수원으로 하여 하루에 33만톤 이상의 물을 공급하고 있어 공업단지로서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2005년에 단일 산업단지 최초로 3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였으며, 이는 대한민국 수출액의 11퍼센트, 무역 수지 흑자액의 84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제1단지는 총면적이 10.4㎢로 1973년에 완공되었으며, 섬유, 전자산업이 들어서 있다. 제2단지는 2.3㎢로 1983년에 완공되었고, 주로 반도체산업과 전자산업이 입주해 있다. 1992년에 완공된 제3단지는 면적이 4.8㎢로 첨단전자산업이 들어서 있다. 입주업종은 일반전자공업 및 연관공업, 반도체 및 기타 중요 산업체로 비공해 업종이어야 하며, 수출업체는 우선권을 주도록 되어 있다. 2006년말에 조성이 완료된 제4단지는 디지털 산업단지 및 외국인 기업 전용단지로 조성되었다.

  당초에는‘구미전자공업단지’에서 각종 전자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였으나, 대한민국의 기술이 발전되면서 전국의 대학 및 각종 연구소 등에서 각종 첨단제품들을 연구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21세기 들어 전통적인 기계장치였던 자동차에 전자장비가 탑재되면서 부가가치가 극대화되고 있는데, 이미 한국의 전자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탱크, 전투기, 함정 등 첨단 방산제품에도 우리가 개발한 전자제품들이 탑재되고 있으며, 소총에도 전자장비가 부착되어 엄폐물 뒤에 숨은 적의 머리 위에서 총알이 터지는 K-11 같은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단계까지 발달하게 되었다.‘태양이 지지 않는 국가’였던 대영제국은 2008년 글로벌경제 위기로 인하여 경제가 파탄나면서 국방비를 대폭 감축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많은 장비들을 중고로 매각하거나 폐기하였다. 서양 열강으로 불리는 유럽국가들 중에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 정도가 대한민국의 군사력과 비슷한 수준이며, 세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정도만이 꼽힐 정도로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경제성장과 함께 급성장한 것이다.

  이런 전자산업의 발전은 각종 미사일 개발로 이어졌는데,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전두환 정부로 넘어오면서 일부 굴곡이 있었지만, 꾸준히 발전되어 현재는 사거리 1,500km의 순항미사일과 사거리 800km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수준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이 또한 미국과의 미사일사거리에 관련된 각종 협정으로 사거리 연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런 정치·외교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사거리는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과거 식민지 시대를 경험하였던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일본의 군비증강에 대해서 일본이 한반도를 재침입할 것이라고 두려움에 떨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전자산업의 발달로 현재 우리 군은 수 백발의 장거리 미사일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을 침공하려면 상대국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대한민국을 힘으로 굴복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해외에서 무기도입을 하면서 발생한 각종 해외무기도입 비리들이‘방산비리’라는 잘못된 용어로 사용되면서 방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종사자들이‘비리집단’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해 있는데, 지난 40년간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이 걸어온 길을 잘 돌이켜 보면서 끊임없는 투자와 관심을 가진다면 방위산업이‘제2의 조선산업’,‘제2의 전자산업’으로 우뚝 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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