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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도서

뮤지컬 ‘아리랑’을 보고


2017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 광복 72주년 광복절이었다. 오전에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강제 징용된 한국청년이 아리랑 부르는 것을 들려주었다. 못 먹고 힘들어서인지 아주 힘이 빠진 목소리에 희망이 없는 아리랑 노랫소리였다. 하지만 이 청년은 아리랑을 부르며 잃어버린 나라를 생각했을 것이고, 고향에서 자신을 기다릴 가족과 마을의 나무와 꽃들, 흙냄새를 그리워했을 것 같다. 우리 민족은 왜 바보 같고 착하기만 했을까 슬프고 화가 났다.


TV에서 우연히 뮤지컬 ‘아리랑’ 광고를 봤다. 그동안 외국 뮤지컬만 관람했는데, 배우 김성녀의 뒤돌아보는 눈빛이 궁금했다. 뮤지컬을 보는 날은 비가 오락가락, 소나기가 올 때는 물을 쏟아붓는 것 같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했는데, 오페라글라스도 빌렸다. 그런데 공연시간이 160분이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소설책 12권을 뮤지컬로 보여주려니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캄캄해진 눈앞에 무대가 제대로 보이기까지는 잠깐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함께 간 엄마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인 ‘아리랑’을 책으로 읽었다고 했다. 나는 줄거리를 미리 알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뮤지컬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다행히 줄거리가 자막으로 나왔다. 빌려간 오페라글라스를 아주 잘 사용했다. 마치 옛날 유럽의 귀족이 된 느낌이랄까 새로운 경험이었고 아주 가깝게 보였다.


뮤지컬 아리랑에는 정말 슬프고 아픈 우리나라의 역사가 잘 담겨있었다. 시대는 일제 강점기고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일만 열심히 했던 백성들이 졸지에 일본인의 노예가 되고, 착한 백성들을 서로 원수지게 하고 약자를 친일파로 만들어 더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또 힘없는 여자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놀잇감으로 삼았다.


이 뮤지컬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면, 양반출신의 지주이자 마을사람들을 이끄는 수장인 송수익과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어머니상인 감골댁, 노비였다가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양치성, 당시 시대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지만, 자신의 한 몸 희생으로 가족이나 주위사람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수국과 차옥비, 하와이로 팔려가 노역을 하는 감골댁 아들 방영근, 첫사랑 방수국을 끝까지 지키는 득보 이렇게 7명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이다.




아리랑을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감골댁이 사위가 된 친일파 양치성에게 죽임을 당하고 불에 타 죽었을 때 여주인공 방수국이 엄마를 두고 떠날 수 없다며 엄마의 무릎에 누워 떠나지 않는 모습이, 아플 때 엄마의 무릎에 누워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나올 뻔했다. 또, 가장 많이 화가 났던 장면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여성들을 노리개로 삼고 마구 죽이던 모습이다.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픈 건 일본을 위해 가장 나쁜 짓을 했고 같은 민족들을 죽이고 누구보다 일본인이고 싶어했던 양치성이였지만, 결국 일본인의 총에 죽는 것이었다. 아무리 일본앞잡이 노릇을 해도 결국엔 버림받는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일본에 대항하기가 너무 버거워 모두 사기를 잃었을 때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힘을 북돋아 주며 동굴에서 주인공이 춤을 추며 다함께 불렀던 아리랑 노래는 정말 세상에 어떤 노래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한 청년이 혼자 부르는 아리랑은 희망을 잃은 아리랑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아리랑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아리랑이었다.


우리나라는 오천년 역사 속에 900회가 넘는 침략을 당했고, 왜구나 거란의 세세한 침략까지 포함하면 2000번이 넘는다고 한다. 또 할아버지께 들은 말로 예전 6·25가 끝나고 유엔시찰단이 한국의 자립은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보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모두 함께 부르는 희망의 아리랑이 있어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 우리는 세계경제 12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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