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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노동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둘러싼 논란…설립 지지여론 확산 속 반대여론 팽팽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장애인에게도 교육받을 권리를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토론회는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지적장애 학생 106명이 다닐 수 있는 16학급 규모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를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번 토론회를 개최해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토론회는 고성을 주고받으며 1시간여만에 끝났다. 이날의 시비는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회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한 것을 지역주민들이 문제 삼으면서 불거졌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은 지역주민만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공진초를 둘러싼 주민 갈등의 시작은 4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 11월 폐교한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처음 행정예고했다. 화곡동에도 특수학교인 교남학교가 운영 중이지만, 120여명에 달하는 초과수요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즉시 반발했다. 특수학교 대신 예술학교를 지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철회됐다. 이후 지난해 8월 다시 행정예고를 했지만, 반발은 이전보다 더 거셌다. 반발이 심해진 데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진초 터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가양동은 허준이 태어난 곳으로, 허준박물관과 대한한의사협회가 공진초 부지인근에 있다.


시교육청이 특수교육 설립계획을 확정하자 한방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1차 주민토론회는 채 열리지도 못하고 주민의 반발로 취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에서 조사대상 부지 가운데 공진초 부지가 국립한방병원을 설립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용역 보고서는“서울 서쪽에 편중돼 서울의 각 지역과 주변 도시와 인접성은 다소 미흡하다”면서도 “다른 곳보다 한방병원 자리로서 상징성 면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한방병원 설립계획을 세웠지만, 오히려 부산대와 경희대 한방병원의 병실도 남아도는 실정에서 추가로 한방병원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한방병원 건립은 사실상 사업 자체가 불투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복지부가 병원을 설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희망을 품고 진행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진초 지역주민들께서 ‘왜 특수학교 안 짓느냐, 장애인 인권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며 지지해주셨다”며, “특수학교는 우리에게 죽을 만큼 절실한 생존의 문제인 만큼 반드시 특수학교 설립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 의원이 말을 바꿨다. 김 의원은 “원래 특수학교를 양천구에 지으려고 시교육청이 숱한 노력을 했는데, 지역주민들과 정치인들의 반대로 성사를 못 시켰다.”며, “ 강서구 주민들은 이미 지역에 특수학교가 하나 있는데, 왜 학교를 더하냐며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강서구 마곡지구에 특수학교 대체지를 마련하는 방안에 대한 실질적 협의를 올해 초 마쳤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시교육청은 즉각 반박하면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은 이 지역의 열악한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천구에는 특수학교를 신설할 만한 교육청 소유의 학교용지도 없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공진초 부지는 교육청 소유다. 또 도시계획상 학교부지로 이미 설정된 데다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이른 시일 안에 특수학교를 세울 수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수학교는 원자력발전소나 사드와 같은 것이 아니고, 생존권 및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 있다.”며, “당연히 있어야 하고 기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하면서 “특수학교는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우리 사회가 자기 이익을 도모하지 않으면 상대적인 손해를 보는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자기 이익 관철을 위한 행동을 누구나 다 하게 마련”이라며 “우리 사회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이 저는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토론회 도중 자리를 이석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비난을 맞고 있는 김 의원이 “합리적 대화를 저해하는 언론의 여론 몰이식 보도 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보도태도는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전형적인 언론폭력”이라며 “특수학교 학부모와 지역주민간 반목의 기류가 흐르는 판에 갈등을 부추기고 대립을 격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는 지역주민의 반대가 설립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20년 전 강남구에 발달․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밀알학교가 설립될 때는 지역주민이 부동산 가치가 떨어졌다며 행정소송과 함께 1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교육부는 올해 초 특수학교가 인근 부동산 가격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특수학교를 새로 만들 때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을 조성할 계획으로, 주민편의시설을 제공해 주민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자치구는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중구 등 8곳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강서구, 서초구, 중랑구 등 3개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랑구에도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민 반발에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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