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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도서

베를린 필의 차기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첫 내한공연


지난 13일 예술의 전당에서는 신예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과 말러의 ‘교향곡 5번’ 공연이 있었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라스칼라,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 오페라의 예술을 선도해 온 독일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전속 오케스트라다. 또, 지휘자는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이름이지만, 2015년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석 지휘자로 선정되면서 지명도가 급상승했다.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상임지휘자를 단원들이 직접 토론을 거쳐 투표로 결정한다. 그들은 2018년 임기가 끝나는 현 상임 지휘자 사이먼 배틀의 후임자를 11시간 동안의 회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11주 후 다시 열린 회의에서 몇 차례 객원지휘자로 함께 연주했던 키릴 페트렌코를 선정해 많은 음악애호가를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첫 공연인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에 대한 기대감과 오페라 반주가 주 임무인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연주에 대한 기대로 인해서인지 공연장은 합창석까지 거의 만석으로 실내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꽉 찼다.




1부 첫 곡은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의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연주했다. 그는 러시아 출생으로 독일 하노버 음대에서 공부했고 영국 그라모폰으로부터 2016년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다. 그리고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변주곡 형식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을 대표하는 곡이다. 웅크리고 연주하는 이고르의 모습은 섬세하고 정교한 터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중간중간 지휘자와 눈을 맞추고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따라 노래하는 듯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진면목은 2부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말러의 교향곡 5번은 그가 남긴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하기 전 말러는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이 시기에 작곡된 곡들은 아주 무겁고 어두운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 작품도 초반 도입부 1, 2악장은 비통함과 절망이 담겨있지만, 4악장에는 건강이 회복하는 동안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행복함이 선율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결혼에 이르러 환희의 5악장을 완성해 아내 앞에서 피아노로 전곡연주를 하기도 했다.




심벌즈와 트럼펫의 팡파르로 곡이 시작되고, 금관과 현악의 전체적인 조화는 75분의 쉼 없는 연주가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끝이 났다. 페트렌코는 1부 때와는 다르게 매우 동작이 크고 다이나믹 했다. 자신의 동작으로 오케스트라에서 정확한 소리를 끌어내기 위해 큰소리가 필요할 때는 거의 지휘대에서 떨어질까 걱정이 될 정도로 크게 뛰었고 작은 소리가 필요할 때는 거의 주저앉을 정도로 웅크렸다. 곡이 끝나자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마치 기자가 말러의 구애를 받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한껏 감동을 하고 밖으로 나오자 어느 샌가 무덥던 여름이 가을바람에 밀려났는지 시원했다.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을까’ 빈에서 유학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 시절 함께 공부했던 동무들이 이렇게 유명해져 음악계에서 세대교체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페트렌코는 언론과 인터뷰도 안 하고 음반 레코딩과 오페라 영상물도 거의 내놓고 있지 않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모든 것을 품어내기 위해 잔뜩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휘대에서 마치 신들린 듯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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