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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짐바브웨 쿠데타, 무가베 37년 독재 종식…부인으로 이어진 권력욕이 부른 참사


군부, 주요 시설 장악
AP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짐바브웨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실권을 장악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11월 15일(현지시각) 무장군인과 탱크가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집무실로 이어지는 인근 도로까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 군부는 이날 국영방송사인 ZBC방송을 장악, 정권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이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고령인 무가베 대통령의 37년 독재정치가 종말을 앞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날 대통령 사저 근처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2시경 무가베 대통령의 집 쪽에서 3∼4분 사이 30∼40발의 총성이 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군대가 배치된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 중심가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국영방송국 ZBC를 점령한 짐바브웨 군부는 대국민 방송을 통해 “짐바브웨 사회와 경제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하면 원래 위치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무력충돌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 등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부인의 차기권력 승계 시도가 원인

군부는 정부 전복 의도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무가베 대통령의 권력 독점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군부 쿠데타는 대통령 부인과 전 부통령의 권력투쟁 상황 후 약 8일만에 발생했다. 이날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과 이구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을 감금했다. 촘보 장관은 대통령 집권당 내 핵심인물이다. 그레이스는 독립 투쟁 경험이 없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짐바브웨 정세는 군부와 여당이 심하게 대립해 왔다. 짐바브웨 군부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은 해방전쟁 참전용사출신 정당인사들에 대한 숙청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경질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후 나중에 짐바브웨로 돌아와 무가베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방장관 출신인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군 장성과 참전용사들의 지지를 받는 인사다. 음난가그와는 1977년 해방 전쟁 당시부터 오랫동안 무가베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지만, 그레이스의 대통령직 부부 승계 시도를 계기로 정적관계가 됐다. 그레이스 무가베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하도록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독재와 사치, 경제 파탄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구찌 그레이스’로 대변되는 사치
이번 군부 쿠데타는 무가베 대통령이 41세 연하인 부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하자 군부가 무력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레이스는 그동안 사치로운 생활, 폭행 혐의 등으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8년 짐바브웨의 월간 물가상승률이 최고 79억%에 달하는 등 짐바브웨 국민이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과 높은 실업 등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그레이스는 ‘구찌 그레이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레이스는 가난한 싱글맘에서 이후 무가베 대통령의 타자원으로 일하다가 무가베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당시 무가베 대통령의 첫째 부인은 신장암 말기로 투병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의 사랑은 불륜관계였다. 그러다 첫째 부인이 죽은 지 4년 후인 1996년 무가베 대통령과 그레이스 여사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당시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40살. 결혼식에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포함해 하객 4만명이 참석했다.


졸지에 싱글맘에서 퍼스트레이디 자리에 오른 그레이스는 초반에는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자선활동에 집중했지만, 점차 사치에 빠졌고, 수많은 보석과 초호화 저택, 해외의 수많은 재산 은익, 차량 등으로 허영의 상징이 됐다. 영국 가디언은 그레이스가 특히 이탈리아 브랜드인 페라가모 하이힐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에 한번 오면 7만 5천 파운드(약 1억 890만원) 어치를 쇼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폭력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2009년 홍콩에서 영국 출신 사진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올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20대 여성 모델을 때리기도 했다.



미완의 권력욕, 불투명한 짐바브웨의 앞날
그레이스의 권력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3년 전이다. 무가베 대통령의 기력이 약해지면서 결국 자신이 남편의 뒤를 잇기로 마음먹었다. 그레이스는 2014년 집권여당의 여성연맹회장이 되었고, 자신의 정치세력을 규합해 조이스 무주루 전 부통령을 대통령 암살 연루 혐의로 해임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레이스 여사는 남편의 뒤를 이어 짐바브웨를 통치하고 싶다는 뜻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2015년 “우리는 무가베 대통령이 100세가 될 때까지 통치할 수 있도록 특수 휠체어를 제작할 예정”이라며, 남편에 지지를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무가베가 사실상 군부의 쿠데타로 37년간의 통치에서 물러나면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당분간 짐바브웨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이번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콘스탄티노 치웬가 군사령관과 아주 가까운 사이다. 무가베의 장기 독재 종식으로 짐바브웨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짐바브웨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무가베의 실각으로 짐바브웨의 세대 변화가 아닌 옛 혁명세대 동지들간의 다툼에 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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