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중견 제약업체 A사의 영업 담당 부사장 K씨가 영업사원들의 '리베이트 폭로' 압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회사의 일부 하위직 영업사원들이 인사에 불만을 품고 병의원에 금품을 전달한 내용을 정부에 제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회사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했다는 후문이다.
A사 관계자는 "K씨 사퇴 이유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업계 경영진들이 '영맨'(영업사원을 뜻하는 업계 용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폭로 압박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활발한 영업으로 유명했던 B사는 최근 퇴직한 영업사원에게 제보를 막으려고 억대의 합의금을 제공했다는 설이 난무하고 있다.
'리베이트 제약사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8월 이후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제약협회로 리베이트 익명 제보가 잇따르면서 경영진들이 도리어 영업사원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회사가 처방건수나 수금 실적으로 영업사원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던 시절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복지부가 리베이트를 적발한 제약사에 대한 약값 인하를 실제로 단행하거나 현재 논의 중인 신고 포상금제를 실제 도입할 경우 자칫 폭로 도미노로 이어지지 않을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들은 영업사원들의 충성도를 높여 제보를 막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올초 각 제약사의 신년사에서도 '화합'과 '신뢰', '애사심' '동료애' 등이 강조되는가 하면 일부 기업에서는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우리사주제도를 새로 실시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8월 이후 의약품 유통이 상당히 투명해졌지만 그 이전 시기의 영업에 대해서는 어느 회사도 리베이트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회사가 영맨들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제약사는 병의원, 약국의 (리베이트)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국이 제약사만 탓하기보다 뒷돈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