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 인터뷰…이틀뒤 남극권
(아라온호<남태평양>=연합뉴스) 박지호 특파원 =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결과적으로 잘해야 합니다."
한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김현율 선장과 김동엽 수석연구원은 남극권진입을 이틀 앞둔 17일 연합뉴스와의 '선상 인터뷰'에서 한 목소리로 야심찬 각오와 함께 성공적인 남극탐사를 다짐했다.
김현율 선장은 화물선 전문 운영회사인 STX POS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유능한 선장으로 꼽히며 김동엽 수석연구원은 지난 1985년 극지연구를 시작한 이래 여러 나라의 연구기관들과 교류를 가져왔다.
다음은 김 선장, 김 수석연구원과 가진 일문일답.
--아라온호 첫 남극탐사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된 소감은?
▲(김동엽) 연구수행에 필요한 인원과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쇄빙연구선이 필수적임을 항상 절감해왔다. 수차례 쇄빙선 운용 타당성 연구를 수행했고, 여러 차례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극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제2기지건설과 쇄빙연구선에 건조에 대한 결단이 내려졌다. 그 결과 극지연구소의 숙원사업이던 독자적인 운송 수단확보가 이뤄졌다. 정년이 내년임에도 첫 항해의 수석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돼 큰 영광이다.
(김현율) 솔직히 말해 상당히 부담스럽다. 쇄빙선 운용은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부담스럽다. 가진 항해술을 총동원해볼 생각이다. 자동차 운반선, 광탄선 등 일반적인 선종은 두루 섭렵했으니 경험은 적지 않다. 처음에 이 배에 왔을 때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 50대 초반이다. 배를 운용할 때, 판단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해야한다. 내 연륜이 도움될 것으로 본다.
--3일 후면 남극권에 진입하는데, 걱정되는 점은 없는지
▲(김현율) 우리 팀은 승조원 27명 팀으로 구성됐다. 중간에 약간의 변동이 있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의 아라온호 운용에 대해선 익숙해졌는데, 극지의 환경은 접해본 적이 없어 걱정이 다소 된다. 다행인 것은 승조원들이 나를 믿고 잘 따라주고 있다는 점이다. 상명하복이라는 규율 때문만이 아니라 자율과 신뢰에 바탕을 둬 팀이 잘 운영되고 있다. 승조원의 구성원은 역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탐사에서 어떤 데 중점을 둘 생각인지
▲(김동엽) 선장에겐 이 배의 운항과 안전, 선내 생활에 대한 책임이 있다. 반면에 나는 쇄빙능력 시험, 대륙기지 후보지 조사에 대한 책임을 진다. 또한 참여 인원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아라온호에 탑승한 연구원들의 면면은
▲(김동엽) 아라온호에는 다양한 과학자들이 타고 있다. 기상학, 동물학, 식물학, 환경공학, 토양학, 건축학, 광물학자 등이 승선했다. 다양한 연구 장비와 지원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겉에서 보기에 PC 몇 대 설치된 것 같아 보이지만, 연구장비 만을 운영하는 기술자가 3명이나 있다. 아라온호가 러시아 쇄빙선 아카데믹 페도로프보다 조우지점에 먼저 도착하게 되면 초음파 장비 등에 대한 테스트와 보정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른 나라의 쇄빙선을 타본 경험이 있나
▲(김동엽) 극지연구소 ?은 연구원들은 그동안 남극에서 조디악을 이용하거나 외국의 조그만 보트를 빌려 일을 해왔다. 되지 않는 걸 몸으로 때워 일해온 것이다. 외국 쇄빙선을 타고 같이 항해한 경험이 몇 차례 있었는데, 아카데믹 페도로프를 2번 탔던 적이 있다. 소형 쇄빙선이지만 1990년대에 프랑스 배를 기지 보급을 위해 빌린 적이 있다.
또 두 차례 노르웨이 선박을 빌려서 기지 보급용으로 사용했다. 아르헨티나, 중국 등의 배는 잠깐 올라 구경한 적이 있다. 그땐 정말 우리가 쇄빙선을 갖게 될 줄 몰랐다. 진작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쇄빙선 운영에 관해 조금 더 기술적인 관심을 가질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아라온호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김현율) 이 팀을 유지를 해야 한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해운업의 사양산업화로 양질의 승조원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독일 쇄빙선의 경우 2팀을 구성해서 바꾼다.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이 유지되도록 말이다. 본선의 사관들은 전원이 해양대 출신이다. 이들에게 내가 가진 노하우를 대물림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김동엽) 러시아 아카데믹 페도로프의 경우 젊은 친구들이 있더라. 3,4학년을 실습시키는 데 학점으로 인정해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우수한 인력을 미리 확보한다.
--아라온호를 STX POS에 위탁으로 맡겼는데,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가
▲(김현율) 극지연구소가 직접 배를 운영하자니 승조원들의 관리가 어려워 STX POS에 위탁을 맡겼다. 국제적으로 볼 때 일부 국가들이 쇄빙선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지만, 승조원 관리의 문제로 위탁운영하는 국가들이 훨씬 더 많다. 현재 STX POS와 2년 계약이 돼있다. 서로 신뢰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예정과 달리 뉴질랜드에서 헬기를 싣게 됐는데
▲(김현율) 원래 이 배는 산불진화에 많이 쓰이는 '카모프 KA32-T'를 싣게 돼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뉴질랜드 헬기사로부터 유로콥터 AS-350 2대를 빌렸다. 카모프는 바람에 강하고 물 위에 착륙할 수도 있고, 탑승인원도 10명 정도로 많으며, 2톤에 가까운 수송능력을 지녀 극지탐사와 보급에 아주 적합하다. 다음 항차에선 카모프를 싣게 될 것이다.
--쇄빙항해와 항법 전문가의 육성이 시급한데, 그 방법은
▲(김현율) 아직까진 승조원들의 기상 예측분석력이 나를 따라오지 못한다. 나는 해양대를 졸업하고 계속 승선을 해왔다. 하지만 요새 ?은 친구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원들의 문제가 여기서 생긴다. 즉 경험의 축적이 지속적이지 못하단 얘기다. 그래서 쇄빙항법과 항해는 기상학 전공자들이 맡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쇄빙항해사를 3년간 훈련시켜 10년을 쓴다. 결빙 구역에 들어서서는 나도 걸음마를 해야할 것이다.
결국은 모든 게 사람이다. 정박 기간 러시아 전문가로부터 열심히 교육을 받겠다. 아라온호가 가진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ynamic Positioning System)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DPS란 바람과 파도에도 배를 원하는 위치에 유지시키는 시스템으로 예전에 싱가포르에 가서 교육을 이수했다.
jihopark@yna.co.kr
'박지호의 남극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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