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랭이논.황토로 관광객 유치..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지역 특성 살린 프로그램이 성공요인
(남해.진안.당진=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경남 남해안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면 수평선과 45도 각도로 늘어서 있는 다랭이논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 어촌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통과 아름다운 자연을 이용한 체험ㆍ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잘사는 농어촌마을이 된 남해군 남면 다랭이마을(가천마을)이다.
시골집답지 않게 현대식으로 개량된 60여 가구의 주택, 지붕과 벽에 그려진 마늘과 유자, 꽃 그림, 전통 써레질 그림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잘사는 마을이란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다랭이마을 이장 이창남(52) 씨는 "우리 마을이 잘사는 마을로 탈바꿈한 것은 잘 살아 보겠다는 주민들의 마음이 똘똘 뭉친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10여 년 전 가구당 연소득이 200만 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10배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 다랭이논 체험관광..관광객 늘자 부동산 가치 50~100배↑
전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가난했던 다랭이마을 150여 명의 주민이 새로운 삶을 맞은 것은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2002년부터다.
잘사는 마을을 만들자고 마음을 모은 주민들은 다랭이마을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전국에 알려진 다랭이논과 몽돌해변 등을 관광지로 만들고 체험ㆍ관광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매년 6월 둘째 주에 여는 '다랭이논 축제'는 소를 이용한 전통 농사법인 써레질 체험과 손으로 직접 어린 모를 심는 모내기 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또 마을 인근 몽돌해변에서 멍게를 미끼로 사용해 물고기를 잡는 '손 그물낚시체험'을 연중 진행했다. 지금은 문을 닫은 가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 등을 여는 '시골학교 운동회'란 이름의 이색 관광상품도 개발했다.
각 체험 프로그램에는 50~300명의 관광객이 참가하고 있고 축제 때는 3천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 대성황을 이룬다.
마을운영위는 관광객에게 개인당 5천~1만5천 원의 체험비를 받는다. 참여 프로그램 수에 따라 체험비가 달라진다.
운영위는 체험비를 마을 공동기금으로 관리하고 시설관리비로 재투자해 항상 새로운 관광지란 이미지를 유지했다.
주민들의 주택은 민박시설로 운영하고 관광객들에게 지역에서 생산되는 시금치, 마늘 등 농산물과 이를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팔았다.
2005년 다랭이논이 국가지정명승 제15호로 지정되자 관광객은 연간 20여만 명으로 늘었고 주민들의 논, 밭, 임야, 주택의 자산가치도 50~100배 올랐다.
이창남 이장은 "다랭이마을을 더 좋은 관광지로 만들고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려 전래 놀이와 미꾸라지 잡기 체험장, 삿갓배미 찾기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덕유산 자락 '미래의 땅'..약초.특산물 가공공장
전북 진안군 동향면 능길(能吉)마을은 농촌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덕유산 자락 심심산골에 자리했지만, 미래의 땅으로 불리면서 매년 2만 명 이상의 관광객과 벤치마킹 농민들이 찾는다.
오늘의 능길마을이 있기까지는 마을지도자 박천창(50) 씨의 공이 크다.
박 씨는 2000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인수해 체험학교로 바꾸고 도시민이 들어와도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곧 귀농인들이 모여들었고 현재 80여 가구가 정착했다.
이전에 각자 다른 직업을 가졌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농촌에 접목시키면서 자립의 길을 열었다.
이들은 체험 프로그램과 숙박, 농산물가공 및 판매, 주말농장 운영 등 돈이 되는 사업이면 무엇이든지 했다.
팜스테이 원어민 영어캠프, 아토피 캠프, 한여름밤 귀농ㆍ귀촌 축제를 개최했고 친환경 농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점을 비롯해 찜질방, 휴양산책로 트레킹 코스도 만들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천연염색 체험과 두부ㆍ떡 만들기 체험, 겨울 산골체험 캠프, 산촌유학 등을 개발했다. 인진쑥 등 약초 가공공장을 지어 연간 4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능길마을은 외지인들이 귀농했을 때 마을 자체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얻게 하려고 친환경 장류와 지역 특산물을 가공하는 공장을 세우고 있다.
박씨는 "탈농과 고령화로 위기에 처한 농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경영철학을 갖춘 젊은 지도자"라며 "각 마을이 가진 자산을 파악하고 활로를 모색하면 어느 곳이나 잘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영전황토마을..마을에 널린 황토 활용
충남 당진군 고대면 당진포1리 영전황토마을은 황토를 주제로 한 특산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잘사는 농촌 관광체험마을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북ㆍ서쪽에 바다를 낀 어촌마을이었던 연전황토마을은 1984년 대호방조제 건설로 하루아침에 농촌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은 생산기반이 바뀌어 새로운 소득원 발굴을 찾다가 마을에 풍부한 황토에 주목했다.
황토가 무병장수와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 착안해 지역 특산품인 고구마와 배를 황토로 재배하고 `황토 고구마', `황토 배'란 이름을 붙여 전국 시장에 내 놔 호응을 얻었다. 황토를 활용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했다.
그 덕분에 2003년 농협으로부터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됐고 2005년 농림수산식품부(당시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선정됐다.
매년 6천~7천 명의 관광객들이 황토염색 체험을 하려고 이 마을을 찾는다.
질 좋은 황토를 엄선해 만든 황토염료를 항아리에 담아 음지와 양지에서 번갈아 숙성하고 속옷이나 이불 등 면제품을 염색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황토염색 체험장에서는 황토팩을 바르고 황토물을 튀기며 신나게 놀 수 있어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마을의 도예공방에서 도예가의 지도로 예술에다 실용성까지 갖춘 자연친화적 도자기를 직접 만드는 도예체험은 관광객들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흙장난 하듯 찰흙을 주무르며 만드는 초급자 체험부터 전문 도예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전문가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다.
짚신과 삿갓, 복조리, 망태기, 돗자리 등 사라져가는 전통생활도구를 만들어보는 짚 공예 체험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풍물(농악)배우기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박정일(53) 당진포1리 이장은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불편함이 없도록 대접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라며 "겨울철인 요즘 우리 마을을 찾으면 황토찜질방을 무료로 즐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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