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 순유입이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에 해당한다. 자본 순유입에는 외국인 증권투자가 사상 최대의 순유입을 기록한 게 큰 영향을 줬다.
올해는 경상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사상최대 `불황형' 흑자
경상수지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426억7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간 돈보다 들어온 돈이 훨씬 많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물건을 사고팔면서 얻은 상품수지 흑자가 561억3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덕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내수 불경기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크게 줄면서 얻어진 `불황형 흑자'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은 3천735억8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13.7%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3천174억6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25.7%나 줄어 수출 감소폭의 2배에 육박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 흑자가 계절적 요인 등으로 11월(42억8천만 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15억2천만 달러에 머물렀지만 나쁜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는 수입액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24.3% 늘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데 따른 것으로 소비와 투자가 점차 살아난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국제 시장의 여건이 나빴는데도 우리나라 제조업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발휘한 결과"라며 "다만, 환율 효과와 내수 침체가 동반된 흑자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본 순유입 최대..달러 풍년
지난해 자본의 국경을 넘어온 외국인 자금 순유입액(유입액-유출액) 역시 264억5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외국인의 증권투자(주식+채권)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게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증권투자 순유입액은 506억8천만 달러였는데, 종전에 순유입 규모가 가장 컸던 2003년의 172억9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된다.
지난해는 그야말로 `달러 풍년'이었다. 불과 1년 전 극심한 달러 가뭄에 시달렸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경색에 빠졌던 2008년 자본계정은 501억9천만 달러의 사상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다.
대외 지급결제 수단인 달러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던 처지에서 1년 만에 넘쳐나는 달러로 환율하락과 물가상승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증권투자수지를 중심으로 자본계정 순유입 규모가 커진 것은 일단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탄탄하고 전망이 밝다는 뜻이다.
다만 대외 자본거래가 자유로운 만큼 썰물처럼 투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움직이면서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하지만 주식과 채권은 변동성이 큰 자금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에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상흑자는 대폭 반감"
올해는 경상수지와 자본계정 두 측면에서 모두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수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환율이 하락해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오르고 경기 회복으로 수입액이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문석 실장은 "과거 위기를 극복한 패턴처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수출도 늘겠지만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상흑자는 200억 달러에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식 연구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경상흑자를 80억 달러가량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환율 하락으로 해외여행과 유학 등도 증가해 흑자 규모가 187억 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계정은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해 대규모의 증권투자 유입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SK증권 송재혁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는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였지만 올해는 외국인 투자자의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면서 순유입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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