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준영 심재훈 기자 = 지난달 생산이 30% 넘게 증가하며 건설수주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활동 지표들이 플러스를 나타냈다.
2008년 12월 당시 생산지표들이 급락했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지만 생산과 소매판매액, 설비투자 등이 모두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며 회복세가 확연해졌다.
그러나 경기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세가 꺾이고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의 상승폭도 둔화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회복력이 주춤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지만 플러스로 향하는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 산업생산 감소..외환위기 후 처음
지난해 산업생산은 1, 2분기에 급격한 추락세 이후 3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전년 대비 플러스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작년에 최악의 산업생산 감소를 예상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셈이지만 수치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 기업과 근로자들이 작년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음을 엿볼 수 있다.
작년 광공업 생산은 전년 대비 0.7% 줄어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광공업 출하와 재고도 각각 전년보다 1.7%와 7.5%가 줄었다. 제조업 가동률도 3.7% 감소했으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4.1%로 전년보다 3.1% 포인트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등 정보통신(ICT) 생산이 전년보다 7.2% 늘면서 선전했으나 제조업(-0.9%)과 경공업(-5.5%)이 줄었고, 내수와 수출도 각각 전년보다 2.3%와 0.8%가 감소했다.
그러나 서비스업 생산이 지난해 경제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늘고 소비 또한 하반기 들어 급격히 회복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작년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대비 1.7% 늘었는데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0.6%, 하반기에 2.7%가 증가했다. 신종 플루와 정부의 공공사업 확대 등으로 보건.사회복지 부문 생산이 전년보다 9.6% 늘어난 게 크게 기여했다.
소매판매액수는 지난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6%가 빠졌는데 하반기에는 7.1%나 급증하면서 연간으로는 2.7%가 늘었다. 작년 하반기 들어 전년 동기에 비해 내구재(20.7%), 준내구재(2.2%), 비내구재(3.1%) 등 모든 부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경기 악화로 투자를 꺼리면서 설비 투자는 지난해 8.1% 감소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에 설비 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0.1% 감소하는데 그쳐 차츰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 생산.소비 두자릿수 증가..동행지수 상승세에 제동
지난해 12월에는 하반기 들어 나타난 회복세와 2008년 12월의 기조효과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대부분 지표들이 플러스를 나타냈다.
12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3.9% 늘면서 1999년 7월(35.5%)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런 증가세는 반도체.부품, 자동차가 이끌었다. 반도체.부품의 경우 109.2% 늘었고 자동차도 세제혜택 마감효과 등에 힘입어 59.0% 증가했다. 출하도 내수와 수출 모두 25%가 넘는 고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런 흐름은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에 그대로 반영됐다. 4분기에는 재고 감소폭이 크게 축소되고 출하는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경기가 회복.상승 쪽으로 성큼 다가선 모습이었다. 1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9.9%로 80%선을 눈앞에 뒀다. 전년 같은 달의 62.3%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12월 서비스업도 전년 동월보다 5.3%나 늘면서 9개월째 증가했다. 소매판매액도 승용차 판매의 증가에 힘입어 12.1% 늘면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설비투자는 기저효과가 작용한데다 반도체장비 등의 투자 증가에 힘입어 전년 같은 달보다 21.0%나 증가했고 국내 기계수주도 24.5% 늘었다. 다만 공공과 민간에서 모두 발주가 줄어든 건설수주만 마이너스(-19.5%) 실적을 나타냈다.
다만 경기동향을 보면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12월에는 0.3포인트 하락하면서 10개월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0.2%포인트 오르며 12개월째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둔화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동행지수 흐름에 대해 "경기확장 국면에서 계속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사례가 2000년에도 세 차례 있었던 만큼 하강국면으로 볼 수는 없다"며 "선행지수도 방향성은 플러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