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물좋은' 강남으로 증권사 고∼고∼>

증권사 지점 43% 강남 3구에 집중…'강남 대전'...

연합뉴스 기자  2010.02.15 00:00:00

기사프린트

증권사 지점 43% 강남 3구에 집중…'강남 대전'

벤처 따라 구로ㆍ금천구는 신흥시장 부상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구정모 권혜진 기자 = 서울 강남 지역으로 돈이 몰리는 자산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자들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기회 삼아 부를 더 늘리는 한편으로 대기업들도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 지역에 점포를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하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란 특화된 무기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로구와 금천구는 디지털 단지로 변모하면서 신흥 자산시장으로 떠올랐다.



◇'돈이 돈을 부르네'…강남 3구 자산 집중화 가속

최근 3년간 강남과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증권사 지점 자산이 급증한 것은 한마디로 '돈이 돈을 부른' 셈이다.

2006년 말 기준 10대 증권사들의 지역별 자산규모는 강남구 41조9천억원, 서초구 17조4천억원, 송파구 9조2천억원으로 구별 순위에서 각각 2위와 4위, 6위를 차지했다. 이들 강남 3구의 지점 자산을 합치면 서울 시내 25개 구 지점 자산의 33.6%에 달한다.

강남 3구와 함께 구별 자산 순위 상위를 차지한 영등포(1위)와 중구(3위), 종로구(5위)엔 지역적 특성상 기업들의 법인 자금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강남 3구가 실질적인 '부자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강남 지역이 기존 자산을 바탕으로 부를 늘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의 강남지역 지점 자산은 최근 3년간 32.9% 증가했다. 그동안 서울 전체 지점의 평균 자산증가률인 18.3%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속도로 몸집을 불린 것이다. 강남구는 덕분에 2006년 말 당시 자산이 15조나 더 많았던 영등포를 제치고 구별 자산 순위 1위에 올라섰다.

서초구도 이 기간 자산규모가 69.2%나 급증했다. 이는 구별 지점 자산이 10조원이 넘는 대형구 중에서 압도적인 자산증가률이었다. 송파구만 자산증가율이 12.9% 그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강남 3구의 이 같은 가파른 자산규모 확대로 서울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새 33.6%에서 39.7%로 6%포인트 증가했다.

강남 3구의 인구가 대략 서울시 전체의 15%인 점에 비춰 강남 3구 주민의 투자자산이 서울시 평균보다 2.6배가량 많은 셈이다.

시기적으로도 2007년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증시 황금기였다. 비록 이듬해인 2008년말 주가는 반토막이 났지만 2006년 말 1,434.46이었던 지수는 2007년 10월께 2,014.13으로 40%가량 급등했다. 또 지난해엔 경기 회복과 맞물리며 지수가 다시 50%가량 반등했다. 여윳돈이 많은 강남 3구 주민들이 그만큼 돈을 더 벌수 있었던 시기였다.

삼성증권 이재경 투자컨설팅팀장은 "2006년 이후는 금융시장의 변화가 많았던 시기로, 돈을 가진 사람이 이를 기회로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과도기였다"며 "아무래도 종자돈이 있는 강남지역 사람들이 기회 포착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으로 대기업과 부유한 사람들이 몰리는 점도 지점 자산 증가에 한몫했다.

2007년부터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존 태평로 등지에서 서초동으로 옮겨와 2008년 '삼성타운'이 조성됐다.

기업의 이전과 함께 법인자금뿐 아니라 대주주 주식이나 우리사주 등도 함께 이동할 수밖에 없다. 2006년 말 대비 올해 종로구 지점 자산이 49.6% 감소한 반면 서초구는 69.2% 증가한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미경 상무는 "강남 3구엔 삼성, 포스코, 현대차 등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어 대주주 주식과 법인 자금들이 이곳에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삼성타운이 이전한 서초구의 경우 반포 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에는 모든 금융권 점포가 들어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북에 있던 전통적 부자들의 '강남행'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부자들이 자식들에게 자산을 넘기면서 이들 2세가 학군과 편의시설이 좋은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이재경 팀장의 설명이다.



◇`고액 자산가를 잡아라'…증권사 `강남 대전'

증권사들은 강남 3구 부자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이 지역에 영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월 현재 10대 증권사들의 서울 시내 지점은 모두 512개인데, 이 중 43%인 220개가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그만큼 촘촘한 영업망을 통해 이 지역 고액 자산가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 역삼동, 삼성동과 서초구 서초동엔 한 동마다 증권사별로 적어도 2-3개, 많으면 5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대치동에 3개, 역삼동 4개, 서초동 3개 등 강남 3구에만 지점 26개를 집중 배치했다.

10대 증권사의 지점 수가 도봉구와 중랑구에 각 3개, 성동구와 성북구에 각 6개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사들은 아울러 이 지역 지점 규모를 확대하고 서비스도 단순한 브로커리지에서 종합적인 자산관리로 특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소형 점포인 브랜치 11개를 지점으로 승격시켰고, 도곡지역엔 초고액자산가(UHNW) 전문 지점을 신설해 예탁 자산 3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한 최상위고객(VVIP) 지점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산관리 특화 지점 'WM클래스 역삼역'을 신설했고, 다음달까지 PB 분야를 특화한 초대형점을 추가하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8일 대치동에 대치센트레빌지점을 개설, 강남권 자산영업대전에 가세했다.

신한금융투자 원종상 리테일영업지원본부장은 "증권업의 패러다임이 기존 투자에서 자산관리로 바뀌고 있는데 그 중심이 강남"이라며 "증권사들이 이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 점포를 대형화하고 우수한 영업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 거주지 구로ㆍ금천구 `신흥시장' 부상

과거 영세공장이 밀집해 서울 시내의 대표적 서민 거주지였던 구로구와 금천구 지역의 증권사 지점 자산도 3년여 만에 1∼2배 이상 급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월 현재 구로구 지점 자산 규모는 3조9천989억원으로 2006년 말 대비 247.4%나 급증했다. 덕분에 구별 자산 순위가 19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구로구에 인접한 금천구도 이 기간 5천888억원에서 1조2천743억원으로 116.4%나 늘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증권업계는 이들 두 지역의 금융자산 증가 배경을 영세 공장 밀집지역이었던 이곳이 정부 정책에 따라 첨단 벤처 기업단지로 탈바꿈한 데서 찾고 있다.

구로공단역과 가리봉역 일대가 2000년대 들어 정부의 지원 아래 각각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로 조성되며 강남 테헤란로 주변에 있던 IT(정보기술).벤처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대거 이주해온 것.

삼성경제연구소가 2007년 발표한 '구로공단 부활의 의미'란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4월 기준으로 구로와 가산 디지털단지 내에는 강남구(828개)보다 많은 859개의 IT.벤처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동양종금증권 리테일전략팀 정일준 차장은 "예전에는 이 지역에 공장만 있고 사람은 많이 없었으나 구로 디지털단지가 생기면서 테헤란의 벤처기업이 많이 옮겨 왔다"며 "이에 따라 이 지역으로 법인자금과 개인들의 자산이 따라 들어 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들 업체가 잇따라 기업공개(IPO)를 실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도 자산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이런 자산 이동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동양종금증권 등 증권사들이 이 지역에 지점을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로와 금천 디지털단지 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최근 몇년 사이 지점을 대형화하거나 수를 늘린 증권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nadoo1@yna.co.kr

pseudojm@yna.co.kr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