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조총련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양준(71)씨에게 2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여상원 부장판사)는 1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15년을 선고받고 8년 6개월 동안 복역한 최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간첩활동을 했음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보안대 수사계장이 조사 과정에서 심문관의 폭행 등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과거사위원회에서 시인하는 등 최씨가 20여일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와 회유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거들도 증거능력이 없거나 간첩활동을 했음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조총련 오사카본부 조직부장의 지시로 국내에 들어와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부산보안대와 서울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 등에서 영장없이 불법 구금돼 조사를 받은 뒤 1983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91년 가석방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4월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후 최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는 판결이 나온 이후 "그동안 간첩죄로 교도소에 있었다는 것이 알려질까봐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왔다"며 "27년 만에 누명이 벗겨져 하늘을 날 것처럼 기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 다시는 저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고문 피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국가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