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식 구조조정에 학생·교수 반발 확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중앙대가 추진 중인 대기업 방식의 학문단위 구조조정이 교수와 학생의 강한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단과대 교수 대표가 중심인 '계열별위원회'와 대학본부를 중심으로 한 '본부위원회'가 작년 봄 각각 마련하기로 한 구조조정안을 놓고 최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양측이 구조조정안을 지난달 29일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으나 본부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보도자료를 기습적으로 배포했고, 거기에는 위원회의 조정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계열별위원회 회장인 방효원 의학부 교수는 "학교 구조조정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맡은 안국신 부총장의 요청으로 두 가지 안을 함께 발표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자료가 나가버렸다"고 반발했다.
방 교수는 "보도자료를 사전 검토하던 중 이런 일이 벌어져 어찌 된 거냐고 물으니 '미안하다 총장님이 이렇게 하셨다'고 하더라"며 "그나마 우리쪽 안은 쏙 빠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교지 등 학내 언론과 총학생회 등의 구조조정을 놓고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본부는 작년 말 중앙대 재단과 총장을 비판하는 기고문과 시사만화를 실었다가 전량 회수된 교지인 '중앙문화'의 올해 예산을 최근 전액 삭감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중앙문화의 예산을 삭감한 것은 작년 11월 발간한 58호에서 재단과 총장을 비판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게 학생들의 시각이다.
중앙문화는 당시 박범훈 총장이 학생들에게 "학교는 니들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위기의 CAU(중앙대) 민주주의'란 시사만화와,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총학생회가 주관해 온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인 '새터'를 올해부터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것에도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박 총장은 지난 20일 교내 커뮤니티인 '카우인'(
http://cauin.cau.ac.kr/)을 통해 "신입생 OT를 학교본부가 주관해 단과대별로 교내에서 치르겠다"며 "선후배간 새터 행사는 3~4월중 학과별로 MT(수련회)를 이용하라"고 통보했다.
총학생회는 "대학재단과 총장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온 총학생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지혜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박 총장은 지난해 10월 구조조정 관련 자료를 달라고 했을 때도 '학생들이 딱히 본부안보다 더 좋은 대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며 뭉갰고, 이번 새터 문제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학생회에서는 결국 2월 중에 독자적으로 진행하자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렴해 학교의 지원 없이 새터를 실시할 계획인데 아무래도 학생회비 지원을 끊는 등 본부에서 압력이 들어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두산그룹이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하고서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자 대기업 방식의 개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 관계자는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학교 구성원의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박 총장과 본부는 독선적인 행태로 오히려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앙대 윤경현 기획처장은 "독선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다. 우선 구조조정안 관련 보도자료에서 계열별위원회안이 빠진 것은 안이 완벽하지 않고 확정되지 않아 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윤 처장은 이어 "새터 문제는 지난달 옛 학생회에 (폐지 결정을) 미리 통보한 상태였는데 새로 출범한 학생회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아 생긴 문제이며, 교지는 자체예산으로 운영되는 타 대학 교지의 사례를 따른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는 내달 중 본부와 계열별위원회안을 절충해 구조조정 최종안을 낼 예정이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최종안 도출에 실패할 때는 박용성 이사장이 직권으로 구조조정의 방향과 규모, 구체적 내용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 조정안이 확정되면 학교 개혁을 둘러싼 진통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여 합의안 도출 여부가 주목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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