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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사바 日 야마구치현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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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2010.0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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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사바 日 야마구치현립대 교수

"지난 100년 냉철히 돌아보고 향후 100년 함께 봐야"

"한일관계 순조롭지만 기대차 커..정상들 리더십 중요"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일본 야마구치(山口)현립대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는 4일 올해로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것과 관련, "한일 양국은 2110년까지 100년이란 미래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냐는 책무를 나눠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바 조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10년은 한일관계의 지난 100년에 대해 냉철히 뒤돌아보면서 향후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소중한 해로 삼고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 출범 이후의 한일관계에 대해 "순조로운 출발로 볼 수 있지만 하토야마 총리가 한일 간 현안을 모두 해결해 준다거나 그래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라면서 "한일 정상이 리더십을 발휘해 양국 간 입장차는 그대로 놔두고 한일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대해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아사바 조교수는 일본 내 대표적인 소장파 한반도 및 한일관계 전문가로, 지난해 11월에는 일본의 한반도 연구자들로 구성된 '현대한국조선학회' 학회상을 수상했다.

--하토야마 정권 출범 이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토야마 정권 출범 이후의 한일관계를 평가해 달라.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본다. 하토야마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일부러 한국에 들러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도 한일관계의 의의를 양국 간 관계를 초월한 차원에서 자리매김시킨 것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제 한일 양국은 '국제사회에 함께 공헌하는 성숙한 동반자'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양쪽이 합의한 이런 비전에 기초해 양국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기대의 크기에 한일 간에서 차이가 뚜렷한 것이 우려스럽다. 하토야마 총리가 한일 간 현안들을 모두 해결해 준다거나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예 무리한 주문이다.

한일간에 몇 가지 문제들을 둘러싸고 각각 고유한 입장(own position)이 존재하고 이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고 또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따라서 양국 정상에게는 리더십을 발휘해서 그런 입장 차는 그대로 놔두면서도 한일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대해 꾸준히 보여 줄 것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가 일본에 의한 한반도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다. 양국에서 이를 맞아 여러 가지 행사나 재규명 작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0년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2010년 문제'에 대해서는 '1910년으로부터 100년'이란 관점뿐만 아니라 '2110년까지 100년'이란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0년은 한일관계의 지난 100년에 대해 냉철히 뒤돌아보면서 향후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소중한 해로 삼고 싶다.

'1910년으로부터 100년'도 크게 3기로 나눌 수 있다. 식민지 시기 35년간(1910-45), 외교관계가 없었던 20년간(1945-65), 그리고 1965년에 수교한 이후 오늘날까지 45년간(1965-2010)이다.

그 사이에 한일관계의 성격은 크게 변해 왔으며 이제 한일 양국은 서로 '국제사회에 함께 공헌하는 성숙한 동반자'로까지 발전했다. 오늘날에 가장 가깝고 긴 기간인 45년간이 첫 번째 시기를 부정하면 결코 안 되지만 거꾸로 35년간이 그 이후 모든 시기와 미래까지 압도해 버리는 것도 현명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역사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는 한일관계를 몽상해 본다. 그러려면 한일 양국은 '2110년까지 100년'이란 미래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냐는 책무를 지금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우선 한국측에서 봤을 때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면.

▲한국도 일본도 자유민주주의국가다. 국내 여론이 어떤 쟁점에서 완전히 일치돼 이론이 전혀 안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대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에 대해 특히 한국측이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사문제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의 입장은 한일공동선언(1998년)에 벌써 높이 천명되고 있다.

일본이 먼저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전했다.

한국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평가하는 동시에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호흡을 맞췄다.

그 이후 역대 일본정부는 이런 입장에 입각해 왔으며 하토야마 총리는 더 나아가 스스로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가진 정권"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말한 바 있다.

양국정부는 상대방 국내여론의 다양성도 인정하면서 이런 입장을 앞으로도 일관되게 견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측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한일 양쪽이 작용과 반작용의 악순환, 반일과 혐한(嫌韓)의 상호강화에 빠지지 않도록 각 차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기초는 충분히 다듬어져 있다.

일본에서 매년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결과(2009년 10월)에 따르면 한국에 대해 "친근함을 느낀다"는 회답이 63.1%로 "친근함을 느끼지 않는다(34.2%)"보다 2배에 가까울 정도다.

또한 오늘날 한일관계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서 "양호하다"고 보는 회답이 66.5%로 "양호하지 않다(27.3%)"보다 2배 이상 많다.

어느 질문사항에서도 오늘날 일본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임을 보여 주고 있다.

2005-2006년 한일관계는 '양호하다'가 '양호하지 않다'를 크게 밑돌았을 때(2005년에는 11.3포인트, 2006년에는 22.7포인트 차)에도 한국에 대해 '친근함을 느낀다'가 '친근함을 느끼지 않는다'보다 많았다(2005년에는 6.8포인트, 2006년에는 1.4포인트 차)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양국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개인적 친근함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균형 잡힌 시각이 엿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런 국민 여론의 성숙함과 한일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입각해 대응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2010년에는 한반도 강점 이외에도 한일관계에 여러 가지 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보고서 공개, 그리고 8월22일과 8월29일(한일합병조약이 8월 22일 체결되고 8월 29일 공포됐다) 등 한일관계에서 쟁점이 될 만한 사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재일한국인의 지방참정권문제나 천황의 방한, 그리고 7월에 실시될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국내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예민한 문제들도 있다.

어느 하나 잘못하면 하토야마 총리는 국정운영에서 좌절하고 말뿐 아니라 한일관계에도 지울 수 없는 화근을 남길 수도 있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한국은 하토야마 총리의 운신 폭이 결코 넓지 않다는 것을 좋든 싫든 간에 이해해야 한다.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2010년은 '1910년으로부터 100년'임과 동시에 '2110년까지 100년'이자 '2015년(한일 양국이 수교한 지 50년이 되는 해)까지 5년'이기도 한다.

앞으로 5년, 그리고 100년을 위해서도 2010년 안에 자유무역협정 타결이나 안보협력 제도화 등 양국 간 관계를 한층 강화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에 함께 공헌하는'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천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choina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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