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지구 상 핵무기의 대부분을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감축 협상이 지난해 타결 시한을 넘기고 나서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2월 5일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마감이 임박할 때 만해도 연말 연시엔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해가 바뀐 지금 협정 서명 시기에 대해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7일 러시아와 미국 언론 그리고 군축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단 올해 첫 협상은 러시아 연휴가 끝나는 이달 중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양국 군축 협상 대표단이 지난해 8차례에 걸친 협상을 통해 상당 부분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일부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연말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핵무기 감축 조약에 관한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에 대한 정보에 더 많이 접근하기를 원하고 있고 이 요구는 새 핵 조약과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급한 것은 러시아보다 미국 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체코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 구축'을 천명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일단 오는 4월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인 핵 안보정상회의와 5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또 이에 앞서 지구상 핵무기 대부분을 보유한 미-러 간의 감축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
따라서 후속협정의 절대적 시한은 NPT 평가회의가 시작되는 5월이며 그때까지 후속협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NPT 검토회의가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임스 콜린스 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는 6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5월 평가회의 전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협정 체결의 마지막 단계인 미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공화당 상원 의원들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악관이 상원 비준을 받으려면 민주당 의원 외에 7명의 공화당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닉슨센터의 폴 손더스 분석가는 "협상 가능성은 낙관하지만,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오바마 행정부가 제출한 협정안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국은 지난 1991년 맺은 START-1 후속 협정을 위해 수개월째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해 12월5일 시한을 넘기고도 아직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7월 모스크바에서 만나 후속 협정이 발효되면 7년 안에 양국의 핵탄두를 1천500~1천675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 수단도 500~1천100개로 줄인다는 후속협정 초안 양해각서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