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독일 드레스덴 시의 디르크 힐버트(39) 경제담당 부시장은 한국이 '교육ㆍ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문화 등 생활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힐버트 부시장은 지난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레스덴이 통독 이후 경제 기반이 붕괴한 상황에서 재건에 성공한 배경은 산업, 연구기관, 대학교 등의 긴밀한 협력과 조화, 뛰어난 문화·예술 환경, 좋은 거주여건 등이었다"면서 "한국의 경우 높은 교육열을 고려할 때 교육환경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동독에서 태어나 드레스덴 공대를 졸업한 그는 친기업 정당인 자민당(FDP) 소속으로 30세였던 2001년부터 경제담당 부시장을 지내면서 드레스덴의 경제 발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부인이 한국인인 힐버트 부시장은 또 첨단분야 연구와 산업 부문에서 한국과 드레스덴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특히 한국 이공계 학생들의 독일 유학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힐버트 부시장과의 일문일답.
-- 1990년 독일 통일 후 드레스덴의 경제 상황은.
▲ 아주 어려웠다. 수요-공급자 균형과 동유럽 국가들과의 연계도 무너지면서 밸류체인이 붕괴됐다. 이 때문에 무려 7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새로운 경제 체제의 건설이 필요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드레스덴은 당시에도 과학도시였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드레스덴에 연구기관들을 새로 설립하는 등 투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특히 우리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에 집중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드레스덴은 반도체, 소재, 바이오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드레스덴은 한국과는 달리 대기업들은 많지 않지만, 직원 5명에서 200~300명 정도인 중소기업들이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로 선정됐다. 또 2006년에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부채가 없는 도시가 됐다. 이 덕분에 연구와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갖게 됐다.
-- 기업들을 어떻게 끌어들였나.
▲ 연구개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드레스덴은 독일에서 대졸인구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을 정도로 양질의 인력이 풍부하다. 구동독 지역에 이만한 도시가 없다. 또 구동독 시절의 기업들이 모두 망했지만, 핵심 연구 인력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 정부가 어떻게 기업을 지원하나.
▲ 연방, 주, 시 정부가 모두 협력해 기업의 투자를 지원했다. 시 정부는 이곳에 투자하려는 회사들이 2~3주 안에 관련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으며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인큐베이터 센터를 설립했다. 주 정부는 새로운 기술의 활용, 새로운 연구기관의 설립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연방, 주, 시 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드레스덴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으며 유럽연합(EU)의 지원도 일조했다.
-- 기업들이 시 재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 폴크스바겐, 지멘스 등 대기업들이 이곳에 투자하면서 세수가 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많은 고용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이 기업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이 활성화됐다.
-- 시의 발전으로 인구도 늘었나.
▲ 통일 이전에는 50만명이 넘었지만 통일 후 경제가 붕괴하면서 1999년 47만7천명까지 줄어들었다가 지금은 다시 50만1천명이 됐다. 2020년에는 52만~53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 특히 동독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인구 증가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많은 매력적인 연구기관들이 전 세계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주변 농촌 지역의 인구도 유입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출산율이 높아지면서 '베이비 붐'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가 됐다. 좋은 직장을 갖고,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가족의 미래에 투자하게 되는 법이다. 각급 교육시설이 잘 갖춰지는 등 가족중심의 인프라도 큰 도움이 됐다.
-- 한국의 '교육·과학 중심 도시' 구상에 대해 조언한다면.
▲ 드레스덴은 8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라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2차례에 걸쳐 새로 건설된 도시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시의 90% 이상이 잿더미가 됐었고, 1990년에는 구 동독의 인프라가 붕괴했다. 재건에 성공한 배경은 산업, 연구기관, 대학교 등의 긴밀한 협력과 조화, 뛰어난 문화·예술 환경, 좋은 거주여건 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높은 교육열을 고려할 때 교육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정부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 산업계와 교육·과학계의 강력한 지원을 얻어내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지시만으로는 어렵다.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참여자들이 이에 대해 강한 의지와 확신을 갖지 않으면 '세종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어렵다. 또 이 프로젝트를 원하는 모든 기관과 지원기관들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