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협상, 총선, 내전..정세 불안정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중동 중심국가 이란, 이라크의 정세가 새해 들어서도 불안정하기만 하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서방과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반정부 시위까지 지속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라크 또한 미군 철수와 오는 3월 총선을 앞두고 무장세력의 거센 공세가 예상된다.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반군 간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에서는 남북 분리를 촉구하는 옛 남예멘 지역의 시위에 최근 알-카에다의 세력마저 확장되면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이란, 핵협상 교착..반정부시위 지속 = 지난해 10월 스위스 제네바 협상을 통해 이란과 서방은 접점을 찾는 듯했지만 결국 양측 간 간극은 좁혀지지 않으며 첨예한 대립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이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서방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 보유분의 80% 가량(1천200kg)을 해외로 반출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방은 반출된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와 프랑스에서 가공해 이란의 의료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연료봉으로 제조해 돌려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란은 그러나 농축 우라늄 보유분의 20%(400kg) 가량만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서방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미국이 설정한 최종 시한(지난해 12월31일)까지도 이란이 서방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서방은 곧바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3차례의 유엔 제재를 받은 이란은 서방의 추가 제재는 두렵지 않다며 오히려 우라늄 농축공장 10곳을 추가로 증설할 예정이라고 밝혀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서방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최근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외교적 해법이지만, 필요하다면 군사적 해결방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6월 대선 이후 반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위 땐 8명이 숨지면서 6개월 만에 최악의 유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개혁파의 중심인물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순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결사항전의 뜻을 밝혔다. 이란 당국은 개혁파 수뇌부 인사들을 잇따라 체포하며 강경 대응으로 맞서 정부와 개혁파 간 일촉즉발의 긴장은 더해지고 있다.
◇ 이라크..3월 총선 최대 관건 = 올해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가장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이라크전 이후 두 번째 총선이 오는 3월 7일 예정돼 있고 8월 말에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지원병력만 남기고 전투병력이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2005년 총선이 수니파의 불참으로 반쪽 총선에 그쳤다면 이번 총선은 이라크의 정치적 자생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지방선거처럼 별다른 테러 없이 선거를 치른다면 전후 재건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미군 철군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상당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이라크의 심장부인 바그다드에서 정부청사들이 무장세력의 폭탄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총선의 성공적 실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12월 모두 3차례에 걸쳐 발생한 정부청사 폭탄공격은 4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며 이라크 정국을 흔들었다. 알-카에다의 연계조직이라고 주장하는 `이라크이슬람국가(ISI)'는 이 공격들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수니파 무장세력은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를 친미 정부로 규정하고 무력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내년 6월, 4년 임기가 만료되는 말리키 총리로서는 총선 승리가 자신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되는 명제다.
이라크 총리는 의회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총리 재임을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의원을 총선에서 더 많이 당선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아파 최대 정당인 이라크 이슬람최고회의(ISCI)가 총리를 배제한 새 연맹을 결성한데다 최근 잇단 정부청사 폭탄공격으로 인해 말리키의 치안 유지 능력에 의구심을 갖는 유권자가 늘고 있는 점은 말리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일단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초 계획대로 전투병력 철수작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 11만5천명을 5만명으로 줄이는 철수작업이 총선 직후 개시될 것"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 예멘 `총체적 난국' =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예멘은 시아파 반군과의 내전, 통일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분리시위, 여기에 알-카에다 조직 확산까지 이어지면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예멘 정부군은 지난 8월 북부 사다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시아파 알-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에 착수한 뒤 5개월째 내전을 벌이고 있다.
남부 지역에서는 남북의 재 분리를 요구하는 시위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예멘 남부 주민들은 1990년 남북 예멘이 통일됐지만 중앙정부의 차별정책으로 남부 지역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남북을 다시 분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예멘이 알-카에다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각되면서 미국의 반 테러리즘 전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탄절 미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의 용의자 역시 예멘 내 알-카에다 조직에서 훈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주재 미국, 영국, 프랑스 대사관이 알-카에다의 위협으로 최근 이틀 간 업무를 중단했을 정도로 예멘에서 알-카에다 세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영국은 예멘의 대테러 경찰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예멘은 극심한 빈곤 속에서 부패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대테러전을 위해 현 예멘 정권을 지원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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