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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제1신> '죽음의 땅' 아이티를 가다

도미니카 공항서 아이티로 구조 수송기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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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2010.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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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공항서 아이티로 구조 수송기 운항



(엘 이구에로<도미니카공화국>=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진도 7.0의 메가톤급 강진이 아이티를 휩쓴 지 사흘째인 14일(현지시간) 오후 아이티와 국경을 접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

아이티 주민들은 국경을 접한 도미니카로 탈출을 시작했지만 이와 반대로 현지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구조대와 긴급약품을 수송하기 위한 아이티행 항공기의 운항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산토도밍고에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엘 이구에로 소재 이사벨라 공항에서는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준비한 긴급식량과 약품, 구조대 등을 수송하는 소형 항공기와 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도 여진의 공포가 가시지 않았고 사상자나 피해 규모도 파악되지 않았지만, 폐허 속 생명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한 구조 노력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날 이사벨라 공항에서는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의 주도하에 구조견과 구조요원, 장비, 비상식량, 의약품 등을 실은 소형 민간 항공기들이 아이티로 향했다.

이들 항공기는 일반인들이 구조작업에 동참하기 위해 내놓은 민간 소유의 소형 항공기가 대부분이었고 간간이 헬리콥터도 분주히 양국 간 국경을 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지만, 이런 구조작업도 현지 공항의 열악한 상황과 통신두절, 전기를 비롯한 인프라 단절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건물 폐허 잔해 밑에 깔린 사람 중에 생존자가 얼마나 있는지 등은 파악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오후 2시께가 되자 그나마 1-2시간 간격으로 이륙하던 항공기들의 운항이 멈춰 섰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구호용품을 실은 소형 항공기들이 몰려들면서 착륙통제가 어려워진 것.

현지 공항 관계자들은 포르토프랭스 공항의 관제권을 가진 미군이 현지 항로를 일시 폐쇄했다면서 강풍이 부는 등 기상조건도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미니카 유엔 지부 코디네이터인 프랭클린 폴랜코는 "세계 각국에서 온 구조대를 아이티로 보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항공기 운항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티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이사벨라 공항으로 돌아온 세계은행 도미니카 지부의 로비 센데로위치 대표는 현장에서 가진 즉석 기자회견에서 "현지 조건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아이티 지원을 위해 세계가 행동에 나설 때"라고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치안과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사벨라 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지만 해가 질 때까지 3-4편의 헬기만 간신히 이륙했을 뿐이고 기상 조건의 악화로 인해 다시 되돌아온 항공편도 있었다.

이들 항공편을 이용, 아이티 현지로 들어가기 위해 하루종일 기다리다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던 취재진중 일부 외신기자들은 대형 버스를 빌려 육로로 국경을 넘는 방안을 선택하기도 했다.

국제기구뿐 아니라 도미니카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나 선교단체 관계자들도 서로 힘을 모아 식량과 의약품을 구해 현지에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산토도밍고 인근 지역에 있는 `세계은혜선교회'도 약 2만달러 어치의 의약품을 버스와 트럭에 싣고 15일 아침 일찍 도미니카 주재 아이티 대사와 함께 국경을 넘어 아이티에 들어가기로 했다.

평소 아이티를 자주 왕래하며 현지에 교회와 공장 등을 세워 운영했던 한인 동포들이 현지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점검하고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입국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현지로 향하는 도로 사정이나 치안 등의 상황이 불투명하긴 하지만 공장과 교회 등의 거점이 있는 만큼 단체로 움직이면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아이티행을 결행키로 했다.

산토도밍고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이영희 목사는 "통신이 두절돼 현지 사정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안전한 지역을 골라 입국을 시도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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