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남미 최빈국 아이티의 지진 생존자들이 병원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에도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CNN방송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유엔 본부 부지에 설치된 간이병원에서 지진 피해자들을 돌보고 있는 하버드 의대의 제니퍼 푸린 박사는 "환자의 30% 가량이 바로 수술을 받지 못할 경우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린은 환자들이 즉시 수술을 받지 못할 경우 감염, 괴사, 영양실조 등으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환자들의 생존에 절실한 수술을 해줄 수 곳으로 보낼 길이 없어 매일 해가 지면서 그들의 희망도 꺾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푸린이 일하고 있는 임시 병원에서는 골반 골절로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의 중상을 입은 환자들이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수술실 하나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MSF)도 지진 이전부터 아이티에서 봉사 중이던 의료진 30명과 지진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70여명 등 100여명의 의료 인력을 현지에 파견했으나 열악한 의료 시설과 약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인근 카르푸에 임시 병원을 설치하고 응급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MSF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프랑스의 한 의료봉사 단체 소속 외과의사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엄청난 수의 신체 절단수술을 집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400여건 이상의 절단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이티 구호에 나선 이스라엘 방위군도 도심의 한 축구경기장에 천막을 치고 장비를 들여 외과수술실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220여명의 인원이 무너진 유엔 본부 건물의 생존자들을 치료할 예정이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지진 이전부터 아이티 의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파견 나와 있던 쿠바 국적 의사들이 지원에 나선 스페인, 남미 지역 의사들과 함께 하루 500여명의 환자들을 치료하며 각종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진 생존자들의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의 정신과 전문의 대니엘라 데이비드는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일단 사람들이 즉각적인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순간 정신적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 의대의 역학 전문의 산드로 갈리아도 "정신적 문제가 과거 빈국들에서 발생한 유사한 재난들과 비슷한 비율로 나타난다고 볼 경우 단기적으로는 최대 50% 이상의 생존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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