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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협상 타결 전망 올해도 `흐림'>

"일괄타결식 다자협상 시대의 종언"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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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2010.0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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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타결식 다자협상 시대의 종언" 관측도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9년째 끌어온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올해 말까지 타결 목표를 세워두고 있지만, 전망은 흐리다.

DDA는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제4차 각료회의에서 출범한 것으로,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진행돼 WTO를 탄생시켰던 우루과이라운드(UR)의 뒤를 이어 농업과 비농산물, 서비스, 지적 재산권 등의 다양한 분야의 무역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출범 당시 협상을 3년 내에 종료하고 2005년 이전에 일괄타결 방식으로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한 연장을 거듭하며 타결짓지 못하고 있다.

◇올해 타결 난망 = 지난해 12월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폐막한 제7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DDA 협상을 내년까지 타결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WTO는 오는 3월 말 통상장관 회의를 열어 농업 및 비농산물 시장접근에 대한 `원칙(modality)'을 마련함으로써 연내 타결을 위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협상 내용만 놓고 보면 지난 2008년 7월 농업 및 비농산물 시장접근에 대해 일부 핵심쟁점을 제외하고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이 이뤄졌기때문에 미국의 결단 여하에 따라 급속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WTO 본부가 있는 제네바를 비롯한 통상외교의 현장에서 DDA 협상의 연내 타결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의료보험 제도 개혁, 기후변화 등 다른 현안에 매달린 채 DDA에 대해서는 극히 불투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의 DDA에 대한 무관심은 다자 통상협상의 가장 중요한 직책에 대한 인선을 미루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정부는 작년 9월 다자협상을 주도할 2대 요직인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겸 WTO 대사와 USTR 농업수석대표에 각각 마이클 펑크와 이슬람.A 시디퀴를 지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임명은 12월24일 상원 재무위원회의 인준만 통과했을 뿐 상원 전체의 인준을 받지 못했다.

미국은 또 지금까지 이뤄진 DDA 협상의 성과에 대해 아무런 평가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 12월초에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몇몇 개발도상국 통상장관들은 "도대체 미국이 DDA에 대한 입장이 있기는 한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는 후문이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 역시 주도권을 모두 양보하면서까지 DDA를 올해 안에 타결시켜야 할만한 절박한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은 다자간 협상과 양자협상을 병행하자는 `투트랙 접근법'을 주장했지만, 중국 등 개도국 그룹은 미국의 압력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양자협상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DDA가 타결되면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 협상으로 이미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적극적인 쪽은 유럽이다.

유럽 경제통합 과정에서 2013년까지 수출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합의를 해둔 상태인데, 만약 DDA가 타결되지 않으면 유럽연합(EU) 국가들만 수출경쟁에서 스스로 무장 해제하는 결과가 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핵심 당사국들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DDA는 점차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연초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DDA 타결 전망과 관련, "올해 타결이 가능해지려면 3월 말까지 각료회의든 뭐든 회의를 해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연말에서 역산해 적어도 3월 말에는 합의가 돼야 한다는 공식이 나온 것인데, 지금 분위기에서는 비관적으로 보는 눈이 많지 않은가 싶다"고 했다.

◇ "일괄타결식 다자협상 시대 끝나" = 지지부진한 DDA 협상을 일괄타결식 다자 무역협상의 종언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DDA 협상이 타결되든 안되든 간에 앞으로는 백화점식 일괄타결은 사라지고, 구체적인 항목을 놓고 협의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백화점식 일괄타결은 우선 각국의 이해를 조정하는 데 변수가 워낙 많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비효율적이다. DDA가 9년째 협상을 계속하고 있고, 우루과이 라운드는 7년이 넘게 걸렸다.

또 개발도상국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선진국들이 이른바 `라운드' 방식의 다자협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예전처럼 선진국들이 협상을 좌지우지하기 힘들어진 것이 이유다.

이성주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한 테이블 위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올려놓고 협상하는 체제는 이번 DDA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는 서비스, 정부조달 등 분야별로 구체적인 협상 대상물을 놓고 사안별로 협의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며, 양자 협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사는 다자협상의 방식이 바뀌면 WTO의 역할과 기능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사는 "다자협상은 세계경제의 블록화를 방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규모 국제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대화의 틀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자 간 FTA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면 이른바 스파게티 볼(bowl) 효과로 복잡성을 증대시키고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어쨌든 DDA는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무역규범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출범했지만, '힘센 나라'들 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으로 타결이 지연되면서 최빈개도국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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