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프랭스=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강진피해를 당한 아이티에서 한국 기업들이 전력과 봉제산업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하면서 구호작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아이티 양국간 교역 규모는 지난 2006년 기준으로 1천32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일부 중소기업들은 중남미의 최후진국인 아이티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투자와 교역을 늘려가고 있다.
우선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리 독립한 한국동서발전이 2009년 7월부터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부근의 시티 솔레이에 30MW급 중유 발전소를 건설중이다. 이 발전소는 아이티 정부의 보증을 받아 현지업체인 E-Power사와 협약을 맺고 발전소 완공 후 15년 동안 지분 30%를 갖는 조건으로 건설되는 것으로 연말 완공될 예정이며, 앞으로 15년간 설비운영 및 관리를 동서발전이 주도하게 된다.
앞서 현대 중공업도 지난 2008년 아이티 수도 인근의 까르프와 북서부 고나이베, 그리고 북부지역의 캡-페이티언 등 3곳에 총 61.2MW 규모의 발전기를 공급해 작년말부터 가동중이다. 이는 별도의 건물을 시공하지 않고 40피트 컨테이너에 엔진 및 발전설비를 장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엔진과 발전기가 장착돼 있다.
도미니카 현지동포인 최상민 사장이 운영하는 `ESD'는 현대중공업이 공급한 발전설비를 대신 운영하고 있으며, E-Power 사업에도 지분 참여중이다.
아이티를 관할하는 코트라 도미니카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의 최정석 관장은 "아이티는 전력 손실률이 50%에 달하고, 고급 주택에도 12시간 제한 송전되는 등 전력사정이 열악하다"면서 "동서발전과 현대중공업의 발전소 및 설비가 아이티 전체 전력공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시내 국제공항 인근의 자유무역공단인 소나피 공단에도 7-8개의 한국봉제업체 및 박스생산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지난 2002년 진출한 봉제업체 윌비스는 현재 직원수가 2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중이며, 한솔 등 다른 봉제업체들도 작년말 대표단을 보내 아이티 현지 진출을 적극 모색중이다. 미국 정부가 아이티에 대해서는 섬유수출에 쿼터를 두지않고, 무관세를 적용해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아이티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지진참사 발생이후 적극적으로 구호활동을 지원하거나 모금활동을 전개중이다.
동서발전은 현재 시티 솔레이에 건설중인 발전소 부지에 한국 119구조대 등 해외긴급구호대 40여명과 참사 이후 긴급 투입된 미군들이 임시로 숙영지를 설치해 베이스캠프로 사용하도록 협력하고 있다.
이 회사 해외사업팀의 오태환 차장은 "공장부지를 제공하는 외에 회사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전개해 아이티 이재민들을 적극 돕는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코트라도 20일 지진 피해를 본 아이티에 진출한 한국기업 3곳에 고용된 현지 직원 1천여명에게 7천 달러 어치의 식료품과 의약품을 전달했다. 코트라의 구호품은 이날 오전 한국 기업인 윌비스(봉제), 아스트로카(박스제조), ESD(발전소 운영)의 아이티 직원들에게 전달됐지만 당초 예정했던 전달행사는 여진으로 취소됐다.
코리아비즈니스센터의 최정석 관장은 "현지 직원들은 지진이 발생한 뒤 한국인의 탈출을 도왔고, 일부 직원들은 지금도 공장에 남아 약탈과 방화를 막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구호품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토도밍고 KBC는 자체 보유한 차량을 동원해 아이티를 탈출한 한인동포와 구호단체들도 지원하고 있다.
한인기업인 `ESD'도 아이티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서는 전력복구가 최우선 과제중 하나라고 보고 19일 도미니카로 철수했던 직원들을 대부분 아이티로 복귀시키며 정상적인 업무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