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한-EU FTA> 유럽을 공략하라 ②SK에너지..유화

한국의 EU 수출액 최대비중 유화업계 FTA 큰 ...

연합뉴스 기자  2010.01.24 00:00:00

기사프린트



한국의 EU 수출액 최대비중 유화업계 FTA 큰 기대

윤활기유.항공유. ABS수지 발효 즉시 무관세 혜택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 로열 더치 셸, 토탈, 영국석유(BP) 등 유수의 세계적 석유기업과 북해 유전을 둔 '석유산업 강자' 유럽에서 정유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자동차와 각종 기계의 윤활유를 만드는 데 주원료가 되는 윤활 기유(Base Oil)를 국내에서 생산,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SK루브리컨츠.

한-EU FTA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08년 6월 암스테르담에 지사를 설치,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SK루브리컨츠는 올 하반기 발효가 예상되는 한-EU FT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FTA 발효와 함께 현재 윤활기유에 적용되는 EU의 수입관세 3.7%가 곧바로 철폐돼 거대한 EU 시장이 무관세로 '개방'되기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가 2008년 EU 시장에 수출한 윤활기유는 3억6천50만달러(약 5천800억원)에 달한다. 경제위기로 수요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작년에도 10월 말까지 1억7천800만달러 어치의 윤활기유를 EU 시장에 팔았다.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3.7%의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가격경쟁력까지 더해져 유럽 시장 공략에 그만큼 힘을 얻게 된다.

SK에너지의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암스테르담 지사의 임태헌 지사장은 "수입관세 철폐는 한-EU FTA가 가져다 줄 가장 큰 기회가 된다"라며 "이 기회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FTA로 관세 철폐 혜택을 받을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SK에너지도 면세되는 부분을 소비자에게 돌릴 것인지, 회사의 수익성 강화로 연결시킬 것인지 전략적으로 큰 과제를 안고 있다는 뉘앙스다.

설비투자에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이 생기더라도 급격하게 공급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임 지사장은 "가격경쟁력을 시장점유율로 연결시키려면 가격 인하가 가져다줄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줘야 하는데 단기간에는 어렵다"라며 "2~3년 정도는 관세 철폐를 마진 개선으로 연결시킬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윤활기유와 함께 국내 석유화학 업체가 유럽에서 중점 공략하는 시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항공유다. 2008년 기준으로 SK에너지, 에쓰오일, LG칼텍스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가 EU 국가에 수출한 항공유는 8억6천만달러 어치에 달한다.

비록 작년에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항공시장이 위축되면서 항공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또 항공유 시황 자체가 국내 기업에 좋지 않았던 관계로 대(對) EU 항공유 수출이 전무할 정도로 급감했지만, 한-EU FTA 발효야말로 이와 같은 '부(負)의 사이클'을 돌려놓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활기유와 마찬가지로 항공유에 붙는 수입관세(4.7%)도 FTA 발효와 함께 즉시 철폐돼 국내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100달러에 팔리던 제품을 약 96달러에 팔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인도산(産)과 중동산 항공유를 '역내 제품'으로 인정해 EU가 관세를 물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했던 국내 업체는 4.7%의 수입관세 철폐가 "해볼 만한 시장 쟁탈전"의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FTA 발효에 따른 무관세(즉시 철폐) 혜택으로 더 큰 가능성을 갖게 되는 화학제품은 ABS 수지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EU 27개 국가가 역외에서 수입한 ABS 수지는 3억3천400만유로였으며 이 가운데 한국의 수출액은 1억9천600만유로에 달해 6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품질에 대해서는 한국 산이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한-EU FTA 발효로 6.5%의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가격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어 수출 확대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진다. 특히 ABS 수지는 수요의 가격탄력도가 높은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제고는 곧바로 수요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자동차 부품과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 부품의 원료로 쓰이는 ABS 수지는 체코, 슬로바키아 등지에 국내 자동차, 전자업체들이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동유럽 국가 수요가 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체코,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나 가전제품 완제품은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과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부품업체나 ABS 수지처럼 부품의 원료를 대는 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면 현지생산 완성차에도 가격경쟁력이 고스란히 이전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코트라(KOTRA) 유럽본부는 ABS 수지에 붙는 6.5%의 EU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2~3년 간 슬로바키아에서만 약 5%의 수출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역외 국가 중 ABS 수지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주력 시장' 이탈리아에서는 바이어들이 한-EU FTA 발효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코트라 밀라노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가 제일모직으로부터 ABS 수지를 수입하는 이탈리아 아르코플렉스 트레이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FTA가 발효돼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지만, 역내 수출업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납기일이 길고 물류비용, 수입관세 등이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수입관세가 없어짐으로써 발생하는 여력을 판매 사후관리 등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에 돌리면 ABS 수지 시장에서 한국이 제3국으로서는 독보적인 수출국의 지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conoman@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