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유익 대사, 현장서 '복구 완료' 확인
(청두=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 "대사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보니 제가 할아버지와 조금 닮은 것 같아요."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피해 복구 현장인 두장옌(都江堰)시 싱푸자위안(幸福家園)의 주민위원회 회의실에서 23일 오전 폭소가 터져 나왔다.
지진 이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류우익 주중 대사가 지진 피해 어린이들을 안아주면서 "어릴 적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나 너희들을 보니 내 어릴 적과 닮았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자 10살난 웨이웨하오(魏月濠)가 천연덕스럽게 받아넘겨 폭소가 터진 것.
웨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쓰촨 대지진 발생 직후인 2008년 5월 현장을 방문했을 때 안아준 아이로, 이를 계기로 1년 후 다른 지진 피해 고아 20여명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돼 쓰촨 대지진에 대한 한국의 위로와 관심의 상징이 된 어린이.
류 대사가 한국 위로 방문단 일행을 인솔하고 방한복과 먹거리 등 기증품을 전달한 이날 회의실에는 지진으로 부모가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어린이 5명과 가족 중에 사상자가 있거나 자신이 불구의 몸이 된 주민 1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대참사의 그늘을 찾아 보기는 힘들었다.
깔끔한 차림에 빨간 스카프를 목에 맨 아이들중 일부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인지 한국어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주민들도 위문단 일행과 악수를 하며 "셰셰(謝謝: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가족들의 피해가 크고 생계 수단도 막연해 시의 생활 보조금에 의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밝고 환한 표정을 지으며 재활과 재기의 의지를 보였다.
지진으로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황리(黃莉.女.36)는 남편도 생계 수단이 없고 노모를 모시느라 형편이 어렵지만 지진 극복 경험을 강연하러 다닌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류 대사 일행의 기증품에 대한 답례로 이 마을 여성들이 함께 수를 짜 만든 바구니를 류 대사 부부에게 전달하자 표명윤 대사부인은 "이보다 더 훌륭한 선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수 한 올 한 올에 사랑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감격해 했다.
류 대사는 이날 "여러분은 인간이 어려움을 닥쳐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치하하고 "여러분이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반드시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다음 세대의 꿈나무로 바르게 자라서 한.중관계를 이어주는 훌륭한 일꾼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아이들을 격려했다.
싱푸자위안은 두장옌 시가 지진 이재민에게 새 보금자리로 마련하기 위해 건설중인 주택단지의 하나로, 2천500세대 6천500여명이 입주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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