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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한국을 공략하라 ②와인업계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업계 FTA활용에 분주
루...

연합뉴스 기자  2010.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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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이탈리아 와인업계 FTA활용에 분주

루뒤몽 社, `상술' 앞선 품질과 신뢰 강조



(주브레 샹베르탱<佛 부르고뉴>=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 "세계 경제위기로 타격이 컸던 프랑스 와인업자들은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저가의 신대륙 와인에 일방적으로 밀렸던 유럽의 와인 업계는 올해 한-EU FTA 발효를 계기로 유럽 와인 가격의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 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EU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 시장 점유율(39%)이 가장 높은 프랑스 와인업자들은 벌써부터 한국 와인시장의 상황 변화를 주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자국산 와인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판촉에 부심하고 있다.

필립 당브린 메독 와인협회 회장이 지난해 말 메독지역 내의 8개 아펠라시옹 대표등 10여 명의 사절단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한국 소비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한 것도 FTA 체결로 고무돼 있는 프랑스 와인업계의 기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최고의 와인 산지인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와인생산자협회와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소펙사.SOPEXA) 등은 한국과의 FTA 타결은 그동안 세계적 경제위기와 유로화의 강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와인업계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희소식이라며 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소펙사가 중심이 돼 산지별 와인협회와 함께 그동안 한국에서 진행해 온 한국 소믈리에 대회, 전문인 와인 시음회, 와인 세미나, 와인 전시회 등도 올해부터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 측은 내다보고 있다.

부르고뉴 지방 최초의 동양인 와인 메이커 '루 뒤몽(LOU DUMONT)'의 박재화 대표는 와이너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경제위기와 유로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폭락 등으로 힘들었으나 요즘 환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다행"이라며 환율이 안정되고 연내에 FTA까지 발효되면 한층 사정이 호전되지 않겠느냐며 반색이다.

한-EU FTA 체결 이전에 부르고뉴 와인생산자협회(BIVB)가 회원들에게 보낸 소식지에서 FTA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세 도마주(C'est dommage. 애석하다)'라고 표현한 점만 보더라도 FTA체결을 바라보는 기대감이 어떠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유럽 와인 가격의 인하 효과가 기대되는 FTA 발효를 앞두고 한국 시장에서 루 뒤몽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상술(商術) 전략은 구사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사양하겠다"고 답했다.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들한테는 마케팅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워낙 생산 규모도 적을 뿐만 아니라 미리 거품을 뺀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는 만큼 마케팅 관련 비용이 추가되지도 않습니다. 새로 와인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박 대표에게 홍보도 하지 않고 루 뒤몽의 와인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릴 방도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박 대표는 "소비자들이 루 뒤몽이라는 이름에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는 답변을 덧붙였다. 현란한 마케팅에 의존하지 않고 맛으로 정면 승부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로 비쳤다.

몇가지 품종의 포도를 블렌딩하는 보르도와 달리, 부르고뉴 와인은 한 품종(레드의 피노누아, 화이트의 샤르도네)의 포도만으로 맛을 낸다. 한마디로 '테루아(토양) 와인'인 만큼 차별화된 맛과 질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전략 아닌 전략이다.

와인 레이블에 '천ㆍ지ㆍ인'(天ㆍ地ㆍ人)이라는 한자를 담고 있는 루 뒤몽의 화이트 와인 '뫼르소'가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소개됐을 만큼 부르고뉴 지방의 주브레 샹베르탱 마을에서 포도나 포도의 원액을 사들여 와인을 제조하는 루 뒤몽의 이름은 이미 꽤 알려져 있다.

일본인 남편 나카타 고지 씨와 함께 루 뒤몽을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는 한편 포도 농사와 와인 산업뿐만 아니라 부르고뉴 지방과 프랑스 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한국인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저술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부르고뉴 와인전문가 실뱅 피티오와 장-샤를 세르방이 공동저술한 '부르고뉴 와인(Les Vins de Bourgogne)'을 번역 출간한 적이 있는 박 대표는 부르고뉴 지방과 부르고뉴 와인 등을 소개하는 '부르고뉴에 놀러 오세요'(가제)와 같은 책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부르고뉴 와인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루 뒤몽의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어 서비스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고, 소펙사가 한국에서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소믈리에 대회를 후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미술품 복원 분야를 공부하러 왔다가 '술장사'로 변신한 지 올해로 10년째가 된다는 박 대표는 작년에 정말로 '죽도록' 일을 많이 했다면서 세계 경제위기에도 당초 우려와 달리 총매출이 줄어들지 않았던 것은 그런 고생의 대가 임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날씨가 고르지 않은 해에는 포도에 곰팡이가 많이 생기는데, 하나하나 손으로 제거를 해야하는 만큼 보통 힘든게 아닙니다. 특히 2004년, 2007년은 이 곳에서 '농부의 해'로 불렸는데 포도농사를 하는 농부들이 정말 힘든 때였습니다."

올해를 잘 넘기면 앞으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박 대표는 FTA 발효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FTA 발효로 15%의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30%의 높은 주세, 주세가 포함된 가격에 추가되는 10%의 교육세와 부가세, 수입.도매.소매상의 유통 마진 등으로 와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칠레산 와인도 한-칠레 FTA 발효를 계기로 당초 예상 만큼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던 만큼 프랑스 와인도 한-EU FTA 발효로 그런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진단이다.

실제로, 2003년에 한국시장 비중이 6.5% 수준에 그쳤던 칠레산 와인은 한-칠레 FTA 체결 후 5년째인 2008년 17.8%로 한국시장 점유율 2위 자리에 올라섰다.

2003년 프랑스 와인의 한국시장 비중은 50%였으나 2008년에는 39%로 떨어진 반면 칠레(17.8%), 이탈리아(14.5%) 와인은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집계돼 있다.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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