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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월街와 전쟁..중간선거 승부수>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버락...

연합뉴스 기자  2010.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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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집권 1년 동안 월스트리트를 구제하는데 역점을 뒀다. 그러나 앞으로 1년은 월가를 상대로 한판 전쟁을 벌이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가를 상대로 한 전쟁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와 집권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속락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정국 분위기를 반전시킬 승부수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사추세츠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어처구니없는 역전패를 당한지 불과 이틀만인 지난 21일 월가의 지형도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는 초강력 규제책을 발표했다.

대형 은행의 규모확장을 막고 고도의 위험이 수반되는 자기자본투자(PI)를 제한함으로써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다시 분리하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대형 은행의 입장에서 큰 수익원을 빼앗는 것은 물론 은행의 규모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뉴욕증시에서 대형 은행들의 주가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앞으로도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뼈아픈 선거 패배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를 상대로 무시무시한 메스를 꺼내든 것은 건강보험 개혁의 좌초 위기 등으로 인한 열세의 정치적 국면을 반전시켜 중간선거와 나아가 재선가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대형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강도높은 규제는 금융산업 전반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올게 뻔하지만 일반 국민으로부터는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어 오바마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의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이달 19일 치러진 매사추세츠 보궐선거의 패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 혈세로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막대한 구제자금을 쏟아부은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를 비롯,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 등 대표적인 은행들은 물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에까지 국민세금을 투입해 파산을 모면하도록 했지만 이들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보너스 잔치를 벌임으로써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다.

이는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오바마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의 구제금융 정책과 온건한 금융산업 규제 전략에서 완전히 결별,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월가와 한판 전쟁을 벌임으로써 잃었던 인기를 만회하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형 은행의 규모축소와 함께 과도한 위험투자 관행에 철퇴를 가하는 것에 대해 야당인 공화당은 아직까지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원칙적으로 시장에 새로운 규제를 가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섣불리 은행의 편을 들었다가는 상상외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오바마로서는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사위를 던진 셈이다.

대형 은행들이 고객의 예치금이 아닌 차입금과 자체자본으로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PI)는 일반 금융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고 오직 은행 임직원과 주주의 주머니만 채워준다.

그러나 위험투자에 따른 막대한 손해로 은행이 파산위기에 놓이면 예금주들까지 덩달아 돈을 날리게 되고 국민 경제전반을 위기로 몰고가기 때문에 반드시 규제가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판단이다.

공화당 진영은 매사추세츠 보궐 선거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대형 은행 규제책을 발표한 타이밍에 대해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으로 여긴다. 특히 공화당을 대형 은행들과 뜻을 같이 하는 세력으로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 긴장하는 표정이다.

월가의 로비스트들은 당장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형 은행 규제정책에 반대하는 현역의원과 후보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선거자금을 지원, 오바마의 규제계획을 무산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법원이 선거기간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위해 기업들이 무제한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주례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례적으로 대법원을 강력히 성토한 것도 월가의 저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화당으로서도 월가의 물적 지원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구제금융을 받고 파산위기에 겨우 벗어난 금융회사들이 다시 고위험 투자를 일삼으면서 내부 직원들끼리 막대한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는 행태를 편들었다가는 선거를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바마의 입장에서는 찬반양론이 양분된 건강보험 개혁작업에 자신의 정치적 자원을 쏟아붓고도 소기의 성과는 커녕 점수만 까먹은 상황에서 대형 은행 규제책은 대중적 인기를 회복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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