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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활로, 한국 4천왕서 배우자"

주간닛케이, 삼성.LG.현대차.POSCO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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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2010.0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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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닛케이, 삼성.LG.현대차.POSCO 심층분석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한국의 4천왕, 삼성.LG.현대차.POSCO에서 일본의 활로를 찾자."

25일 발매된 일본의 경제전문 주간지 '닛케이(日經)비즈니스'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4대 대표기업을 심층 분석하는 특집을 전체 102면 가운데 무려 16면에 걸쳐 실었다.

일본의 신문이나 잡지, 방송이 단편적으로 위기에 강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소개하는 기사나 특집을 마련하긴 했지만 이처럼 대대적으로 심층 분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한국 4강 약진의 비밀' 제하의 특집에서 일본 기업들이 경기의 이중침체(더블딥)에 휩쓸려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POSCO의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다며 주목했다.

특집은 "원화의 약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 보면 오산"이라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영혁신을 이룬 이래 한국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체질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인구는 일본의 40%이고,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 위기탈출의 힌트는 이웃나라(한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집은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한국 4천왕'의 경쟁력의 비밀을 5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일본기업이 배울 것을 주문했다.

한국기업들은 ▲라이벌 기업들이 역경을 맞아 몸을 움츠릴 때를 비약의 호기로 보고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분야에 집중하고 ▲단순히 물건을 만들기보다는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만들며 ▲ 자국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싸우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남이 잘하는 것을 탐욕적으로 배워 '자기류'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집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TV시장의 34.8%(삼성 21.9%, LG 12.9%)를 장악하고 있고 휴대전화 시장의 32%(삼성 21%, LG 11%), D램반도체 시장의 57.2%(삼성 35.5%, 하이닉스 21.7%)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TV시장 24.9%, 휴대전화시장 4.9%, D램반도체시장 16.9% 등이다.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을 휩쓸어가면서 일본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근엔 사활을 걸고 한국 4천왕의 제품 품질과 디자인, 마케팅 등을 벤치마크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전자업체는 물론이고 그동안 현대자동차를 변방의 싸구려 자동차사로 인식했던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는 전담팀을 만들어 현대차가 신제품을 개발하면 이를 바로 입수해 분해한 뒤 부품의 품질, 원가, 디자인, 편의성 등을 정밀 분석해 생산과 마케팅에 참고하고 있다.

이달 11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 참석했던 도요타자동차의 한 간부는 "지금 한국차를 격하하는 일본 자동차업체는 한 곳도 없다"면서 "한국차를 한 수 접고 내려보는 소비자는 일본 소비자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LG에 밀리고 있는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大坪文雄) 사장은 "기존의 상품으로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친환경제품 등 우리가 강한 기술을 앞세워 판(시장판도) 자체를 바꾸는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간판기업들은 이건희 회장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가전박람회 CES에 참석해 "일본세는 무섭지않다"며 "우리는 기초기술과 디자인에서 이기고 있다"고 한 발언에 충격을 받고 있다.

특집은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서 배울 점이 많지만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청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다면서 경쟁할 것은 경쟁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상호 도움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앞선 소재와 부품을 수입하고 이를 중간재로 중국에 수출해 완성품으로 조립, 생산.판매하는 구도인만큼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일본 기업에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일본에서 연간 3조1천억엔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3조4천억엔의 흑자를 보고 있고 중국은 일본에 대해 1조9천억엔의 흑자를 보는 구조다.

특집은 따라서 기술력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인 일본 기업들이 눈앞에 펼쳐진 '동아시아 트라이앵글'을 잘 활용해 한국과 협력하면서 중국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면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에 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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