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시민에 발포, 어린이 인신매매 노출
佛구조대 생존자 찾기 중단
라디오방송, 음악.토론 프로 편성'활기'
(포르토프랭스.워싱턴 AFP.AP=연합뉴스) 지진이 강타한 아이티에서는 여진의 공포가 채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치안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이 먹을 것을 구하는 시민에게 발포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암울한 그림자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아이티에 파견된 미국 의료진은 지진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25명의 신생아 분만을 도왔다고 밝혔고, 포르토프랭스 시내에서는 임시 라디오 스튜디오가 설치돼 구호물자 소식, 시신 발굴 등 지진과 관련된 주요 뉴스 등을 시민에게 전하고 있다.
◇ "경찰이 시민에 발포" = 아이티 경찰이 무너진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들고가던 시민에게 무차별 발포를 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AFP는 25일(현지시각) 현지의 자사 사진기자가 발포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면서 최소 2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경찰이 권총으로 한 남자의 뒤통수를 겨누는 것을 봤다"며 "식료품 창고에 들어가려던 사람을 경찰이 총을 꺼내 겨눴다. 모든 아이티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왜 경찰이 이렇게까지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치안 불안이 이어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300명의 경찰관을 아이티에 추가로 파견키로 하는 등 아이티 당국과 각국이 약탈이 만연한 아이티에서 치안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프랑스구조대 수색작업 중단 = 프랑스 구조대는 마지막 생존자 찾기 작업을 중단했다.
탐지기를 통해 24일(현지시각) 포르토프랭스 시내 델마지구의 건물 잔해에서 생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했던 프랑스 구조대는 10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조대원 사무엘 베른은 "벌레가 들끓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며 "탐지기에 움직임이 더 이상 잡히지 않아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 시신의 주인공은 구조작업이 시작된 시점에는 살아 있었지만 열 시간을 더 버티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 정부는 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지난 22일 구조작업의 공식적인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 "어린이들 인신매매와 불법입양에 노출" = 이재민이 대거 발생하고 치안 공백이 이어지면서 가족을 잃은 아이티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와 불법 해외입양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켄트 페이지 대변인은 25일 "아이티에서 어린이들을 납치해 외국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아이티에서 700여명의 어린이가 아동 보호 캠프에 수용돼 있다고 밝히고, 이들 어린이의 가족 찾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티 정부는 어린이 인신매매와 해외 불법입양의 가능성을 우려, 도미니카공화국 접경지대에 청소년 전담 경찰관을 일부 배치했지만, 인력 부족과 행정 공백 등으로 감시 기능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이티에서는 불법 입양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구호단체가 어린이의 부모를 찾기 위한 노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급히 해외입양을 주선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티에서 지진으로 미아가 된 어린이의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거리에서는 집을 잃은 어린이들이 배고픔을 호소하며 음식과 숙소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미 의료진 25명 신생아 분만 = 캐슬린 시벨리우스 미국 보건장관은 자국 의료진이 아이티에서 25명의 신생아 분만을 도왔다고 밝혔다.
그는 25일 미국의 노숙 청소년 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아이티 재건 과정에 장기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 장관은 "아이티는 국민 2명 중 1명이 18세 이하인 매우 젊은 나라로 대부분의 비극을 젊은이들이 감당해야한다"며 "이들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아이티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100여명의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아이티 지진 희생자를 위해 1분간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미 보건부는 보건부 산하 의료진 다섯 개 팀을 아이티에 파견, 응급 진료와 신생아 분만 등을 돕고 있다.
◇ '주요 소식은 라디오로' = 포르토프랭스에서는 라디오 방송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아이티의 대표적인 방송사인 '라디오 카리브'는 시내에 임시 스튜디오를 마련, 주요 구호 소식과 생존자의 가족 찾기, 시신 발굴 소식 등을 전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TV보다 라디오가 인기가 좋은 대중매체였는데 이번 지진 사태를 계기로 라디오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지진으로 5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파괴됐지만, 현재 2개 방송사는 지진 관련 소식은 물론 토론 프로그램과 음악 등도 방송하며 정상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 여건은 열악하다. 특히 방송에 필요한 전기를 위해 발전기에 넣어야 할 연료가 크게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디오 솔리다리테 관계자는 "우리는 계속 방송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연료 부족"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티의 라디오방송 기자들은 재난 현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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