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텐마 계속사용론..도쿠노시마 이전론 부상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비행장 이전과 관련, 정부가 결정한 이전 후보지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하면 법적으로 강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고 현지언론이 27일 보도했다.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얻어서 후텐마기지 이전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 주민과 합의가 없다고 해서 일을 추진하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충분히 검토해 법률적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히라노 관방장관은 또 "주민들의 합의를 얻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으며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결정한 새로운 이전지에 대해 지역 주민이 반발할 경우 토지의 강제수용과 특별조치법 등 법률적 강제조치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히라노 관방장관은 25일에는 "(나고시장에 기지 반대후보가 당선됐다고 해서) 이를 반드시 참작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텐마기지 이전지 결정이 나고시 시장 선거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히라노 장관의 일련의 발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정부가 제시한 5월까지 후텐마기지 이전지를 결정하겠으며 주민들의 여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미국 측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후텐마 이전지를 결정할 정부.여당 '오키나와기지 문제 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히라노 관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오키나와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적정한 후보지를 찾지 못할 경우 후텐마 기지를 계속 사용하거나 기존 미일 합의안인 나고시로의 이전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정부 내에서 후텐마 기지의 항공기 이착륙을 줄여 부담을 덜어주는 선에서 '계속 사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차관보도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일본 정부가 기존 미.일 합의를 거부할 경우 '플랜 B'도 좋다"고 말했다. 플랜 B는 후텐마기지의 계속 사용을 의미한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과 히라노 관방장관은 25일 나고시로 후텐마기지를 이전키로 한 기존 미.일 합의안을 전제로 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음달 초순 오키나와현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10월 나가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지사가 "(나고시로 기지를 이전할 경우) 가능한 한 바다쪽으로 활주로를 옮겨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데 대한 환경영향평가로, 그동안 나고시 시장선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보류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오키나와현의 한 간부는 "나고시장 선거 결과로 '현외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사가 표출된 마당에 환경영향평가를 제출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히라노 관방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오키나와 주민의 이해를 구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야한다. 강제적이 아닌 이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하고 싶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도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기지 결정시 해안을 매립해야하는 등의 권한은 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나고시장에 미군 기지 반대파가 당선되면서 후텐마 기지의 이전 후보지로 후텐마에서 200㎞ 떨어진 가고시마(鹿兒島)현의 도쿠노시마(德之島)가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 민주당 의원은 하토야마 총리의 의향에 따라 최근 도쿠노시마를 방문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의견을 교환했다.
도쿠노시마 공항에는 2천m짜리 활주로가 있으며 확장이 가능하다. 이 지역 관계자는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립여당인 사민당과 국민신당은 후텐마기지 이전후보지로 오키나와현을 배제하고 규슈(九州)에 흩어져있는 자위대 기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사민당, 국민신당은 각자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이전 후보지를 선정한뒤 이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해 적격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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