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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터미널' 주인공 고국행 `청신호'>

日 나리타공항서 85일째 농성중인 中인권운동가...

연합뉴스 기자  2010.0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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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나리타공항서 85일째 농성중인 中인권운동가 "희소식 기대"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 중국 입국이 불허돼 일본 나리타(成田)국제공항에서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처럼 85일째 농성중인 중국의 인권운동가 펑정후(憑正虎.55)씨에게 조만간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던 중국 정부가 나리타 공항으로 도쿄 주재 중국대사관 직원들을 보내 펑씨와 대화하도록 하는 등 그의 고국행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중국대사관 직원들은 지난 25일 나리타공항 보안구역에서 농성중인 펑 씨를 찾아가 30여분간 대화를 나누면서 공항에서의 생활여건과 건강상태 등을 묻고 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펑 씨는 "중국 정부에 53차례나 입국을 허가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지만 중국 정부가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두 명의 관리들을 나에게 보냈기 때문에 나의 요구가 조만간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화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면서 "우리는 견해가 서로 다르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펑 씨는 모두 8차례나 중국 입국이 거절됐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문제가 즉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중국 정부가 `잘못을 시정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나에게 고국행을 허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입국 심사대의 문을 닫지만 않으면 된다"면서 "25일의 만남은 좋은 시작이다. 왜냐하면 이는 최소한 중국 정부가 나의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고 거듭 고국행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펑 씨는 지난해에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국제공항을 통해 고국으로 입국하려다 상하이시 선전국 당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41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일본 중국연구소의 외국인 특수연구원 신분으로 일본에서 계속 머물 수 있는 특수비자를 갖고 있는 펑 씨는 8차례나 중국 입국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중국 당국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그의 입국을 거절하고 타고 온 비행기를 통해 일본으로 되돌아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3일 전일본항공(ANA)편으로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 일본 나리타공항으로 실려온 그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일본으로의 재입국을 거부한 채 나리타공항 보안구역에서 침낭생활을 하면서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펑 씨는 리타공항의 보안구역에서 앞면에는 `납치(kidnapped)', 뒷면에는 `불의(injustice)'라는 글귀가 쓰인 흰색 티셔츠를 입은채 농성을 했다.

특히 그는 휴대전화와 랩탑을 이용해 지지자들과 대화를 하거나 트위터에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 1만3천여명의 온라인 지지자들이 그를 성원하고 있다.

보안구역 내에는 상점도 없고 음식점도 없어 그는 지지자들이나 여행자, 공항 관계자들로부터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얻어먹고 생활하고 있다.

나리타공항 직원들과 여행객들은 그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처럼 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8년간 터미널에서 생활한 한 이란인이 영화 `터미널'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1977년 이란의 팔레비 정권에 항거하다 추방당했던 이란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 씨는 1988년부터 18년간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제1터미널에서 살았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펑 씨는 이후 중국 공안당국의 탄압을 피해 199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 상하이로 돌아온 펑 씨는 컨설팅 회사를 차렸으나 2001년 이해하기 어려운 혐의로 체포돼 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2004년 풀려났다.

펑 씨는 지난해 4월 일본인과 결혼한 여동생을 만나러 상하이를 떠나 잠시 일본에 온 뒤 8번 차례나 상하이로 되돌아가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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