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유학생 폭행 근절못해" 맹비난..호주도 반박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자국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호주 정부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며 맹렬히 비난하면서 호주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수자타 싱 호주 주재 인도대사를 뉴델리로 불러 인도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 현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4일 전했다.
인도 언론은 싱 대사가 소환됐다고 전했으나 인도 정부 관계자는 소환된 게 아니라 현안 협의를 위해 본국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소환 결정은 소마나할리 말라이아 크리시나 인도 외무장관이 지난 3일 "호주내 인도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항의성명을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크리시나 장관은 "미국에 인도 유학생이 10만명이나 있는데도 집단폭행과 같은 일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왜 호주에서 유독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한 어조로 호주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싱 대사는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틴 브라이스 호주 총독을 만나 "빅토리아주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도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호주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맹렬히 항의했다.
그는 브라이스 총독에게 "호주가 인종차별주의 국가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인도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을 방치하면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싱 대사는 "뉴사우스웨일스주나 퀸즐랜드주, 남호주주 경찰은 잘 대처하고 있지만 빅토리아주 경찰은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강경 분위기는 인도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인도 제1야당으로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인도국민당(BJP) 지도부는 최근 크리시나 장관과 만나 "호주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존 브럼비 빅토리아주 주총리는 인도 언론이 호주에 대해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럼비 주총리는 최근 멜버른에서 발생한 인도인 방화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의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도 언론이 인도인 폭행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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