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도 미래 원전 최대 시장
(서울.워싱턴.베이징.뉴델리=연합뉴스) 김재홍.김상훈.홍제성 특파원 고유선 기자 = 한국형 원전 1호의 수출이 성공을 거두면서 원자력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재생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대체해가고 있다고 하지만 온실가스 걱정없이 최고의 에너지효율을 내는 원자력의 매력을 놓을 수 없는 게 지구촌의 현실이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경제 도약대에 올라 있는 국가일수록 원자력에 대한 바람은 더 강하다. 원전 건설에 드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방대한 전력생산을 원하는 이들 국가에서 원자력은 반드시 잡아야 될 에너지원이 됐다.
이미 강국에 올라선 나라뿐만 아니라 이제 막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곳에서 원전 건설을 위한 청사진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과거 방사능 누출의 슬픔을 간직한 나라들도 상처를 딛고서 속속 원전 건설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중국ㆍ인도 '원전 시장'의 VIP
초고속 성장가도를 구가하는 중국은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설비를 가장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나라다. 미래 원전 시장에서 중국이 주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오히려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중국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11개에 불과하지만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감축 의무라는 이중고에 중국의 원전건설 계획은 탄력을 넘어 점프 수준이다.
중국은 향후 51기의 원전을 새로 지을 계획으로 고급 기술을 겸비한 원전 강대국들에게는 최고의 고객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구조를 개선하고 저탄소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크게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량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건설량의 3배에 이를 정도로 `과속'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안전 위험성을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원전이 주로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 주변에 위치한 탓에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구촌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도 주목할 만한 시장이다.
극심한 전력난을 겪는 인도는 현재 9기의 원전을 건설 중에 있으며, 향후 18~2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립해 원자력 비중을 전체 전력의 9%로 늘릴 예정이다.
전력 수요 증가율이 연 16%에 달하는 베트남도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중부 해안지역에 4기, 2025년까지 최대 10기를 건설할 예정이어서 원전 수출국들의 관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국인 미국은 현재 31개주(州)에서 104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전력수요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州) 스리마일섬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에너지 확보를 위해 고심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추가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45기~70기를 더 건설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건설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달 16일 미국 상원에 제출된 '미니 맨해튼 프로젝트' 법안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가량 감축하기 위해 향후 20년 안에 원전 발전량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당장 원전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전략연구소도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서라면 2030년까지 핵발전소 45기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고 미 환경보호국은 이를 뛰어넘어 2050년까지 모두 180개의 원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과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 스리마일섬 이후 원전 지지여론이 가라앉은 탓에 핵발전소 추가건설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럽.중동.아프리카
▲프랑스 = 전통적인 원자력발전 강국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59기의 원전을 운영해 연 4천250억킬로와트(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전체 전력 수요의 80% 이상이다.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수주를 놓고 한국과 경합을 벌였던 프랑스는 3세대 혹은 3세대플러스형으로 불리는 유럽형 가압경수로(EPR)를 주축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폐기물이 덜 나오고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4세대 원전인 고속증식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 31기의 원전을 운용하고 있으며, 9기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전력 생산 중 원자력발전 비율은 16%지만, 2020년까지 28%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의 상처를 떨쳐내겠다는 각오로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란과 중국, 인도 등에서 7개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세계 최초로 부유시설에 원자로를 탑재해 이동이 자유로운 해상 원전 건설을 시작했다.
이밖에 영국의 경우 오래된 원전을 대체하기 위한 4기의 원전건립계획을 확정했다. 벨기에는 기존에 있던 7기의 원전으로 전력의 54%를 생산하고 있다. 현행법상 원전 신설이 금지돼 있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의 폐쇄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 만성적인 전력난 해소를 위해 케이프타운 인근 해안에 원전 2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새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1만2천㎿급 원전 8기를 추가 건설(400억 달러 규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입찰은 금년 말께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디푸오 피터스 에너지부 장관은 기존에 아레바와 웨스팅하우스로 제한했던 입찰 대상을 확대한다는 입장을 표명, 한전의 입찰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동에서는 원전 건설 부지를 물색 중인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 아라비아도 원전 수출국들의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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