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김범현 기자 = 김형오 국회의장은 5일 국회가 아직도 당리당략에 빠져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은 문화혁명이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른뒤 안정을 찾고 있지만,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도 민주화 이후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국회가 방종의 기득권을, 무책임의 향유권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며 "올해는 폭력을 국회 밖으로 몰아내는 해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 "이제는 직권상정의 정치가 사라져야 한다"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없애는 등 국회 선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이 2월 임시국회중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국회 예산안 처리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회 선진화를 위한 새해 각오는.
▲국회를 대표하는 사람 입장에서 착잡했다. 올해는 폭력을 국회 밖으로 몰아내는 해로 삼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회 지도자들이 배전의 각오를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고 방종을 남발하고 언어폭력을 하는 일부 인사들이 국회를 오염시키고 있다. 국회가 방종의 기득권을, 무책임의 향유권을 과감히 포기할 때 국민에게 새롭게 인식되고, 선진화의 기초가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 정당에 예속돼 있는 점도 문제다. 공산당과 비슷한 조직으로 국회의원들을 움켜쥐고 있으면 안된다. 정당 위에 국회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기 책임과 자기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당 밖의 강경한 목소리를 적절하게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당내 강경파와 당 밖의 세력이 연결돼 협상.대화가 안되는 게 현실이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에 대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 마오쩌둥 이후 혁명세대들이 차곡차곡 계통을 밟아 나라를 이끌고 있는 것은 문화혁명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데 따른 것이다. 2010년에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이루느냐에 대한 문제가 제도의 틀에 들어와야 한다.
--국회 선진화를 위한 제도적 과제는.
▲지난 1년여 한국 정치는 직권상정의 정치였다. 야당은 반(反)직권상정 정치를 해왔고, 여당은 직권상정으로 문제를 풀려 했다. 이제는 직권상정이 없는 정치가 돼야 하며,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없애야 한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직권상정을 반대하기 전에 예산안의 연내 처리가 된다는 것인지, 안된다는 것인지, 원칙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국회를 바꾸려면 국회법을 고쳐야 한다.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국회법을 고치면 국회 선진화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국회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
--개헌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상은.
▲개헌은 금년 상반기중 이뤄지는 게 가장 좋다. 그것이 각당 사정상 어렵다면 2월중에 국회 개헌특위라도 구성돼야 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라도 해야 된다. 그런 방향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을 하는 것은 18대 국회의 임무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공론의 장이 국회에서 펼쳐지게 된다. 갈등을 해소하며 합리적 방안을 내놓기 위한 국회의 노력은.
▲현 단계에서 (수정안이) 넘어오면 지난 연말연초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국회에 안을 갖고 오기 전에 거쳐야 할 과정, 단계가 없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국회에 수정안이 넘어온다고 당장 표결을 할 수는 없을 것이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세종시가 추진됨으로써 혁신도시를 비롯한 지역발전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 세종시가 블랙홀이 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 많다. 중앙과 지방,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이 가용한 범위에서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통해 선거제 및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할 방안은.
▲두 문제에 대한 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졸속으로 하기보다 주민 동의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게 좋다. 선거구제는 개헌과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개헌을 통해 큰 테두리를 만들고, 선거제 문제 등을 논의했으면 한다.
--평소 남북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시해 왔는데.
▲동포로서, 인간으로서 북한 주민의 삶의 지위가 향상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또한 현존하는 `김정일 권력' 자체를 인정해줘야 한다. 남북관계를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며, 다만 대북 지원에 있어서는 일정수준의 투명성, 공정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적절한 때, 적절한 수준의 접촉을 가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