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지난해 10월 출범한 독일 보수 연정이 3개월 만에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감세,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망 문제 등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데다 여당인 기민당(CDU) 중진들까지 나서 메르켈 총리의 통치 스타일을 맹비난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기민당의 헤센, 튀링겐, 작센 주의회 원내의장과 브란덴부르크 주의회의 기민당 원내 부의장 등 4명은 이날 유력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주말판에 발표한 공동 칼럼을 통해 메르켈 총리가 "기민당을 이끄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대통령 같은 통치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런 스타일이 자신의 인기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당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지난 9월 총선 당시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연정의 총리로 행동했다"면서 "기민당-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이 총선 승리로 보수 연정을 구성하게 된 것은 선거전략이 주효해서가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부터 4년간 사민당(SPD)과 대연정을 꾸렸던 지난 총선에서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의 의석 합계가 50%를 넘어서자 보수 연정을 구성했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3년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정부의 감세 계획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민당, 기사당, 자민당은 감세 문제로 동요가 계속되자 이달 말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일군 사령관이 명령한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도 연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진상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새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맡았던 프란츠 요제프 융 전 국방장관을 포함해 몇몇 기민당 인사들이 공직에서 물러났다.
여당이 분열상을 나타내자 총선 패배후 지도부 개편 등을 통해 전열을 정비해온 야당은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사민당의 안드레아 나레스 사무총장은 보수 연정이 과거 대연정보다 훨씬 큰 갈등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녹색당의 레나테 퀴나스트 원내 의장은 "새 정부는 재생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교육 개선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도 없고, 단지 감세 공약과 관련한 혼란상만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민당의 볼프강 보스바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메르켈 총리가 지난 3개월간의 어려운 정치환경에 조용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했다고 감싸면서 "날카로운 언사는 상황을 진정시키기보다는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