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13일 미 의회 산하 금융위기조사위원회에 청문회에 출석, 위기를 불러온 데 대해 잘못을 인정하며 참회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그러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 자금을 모두 상환했고, 우수한 인재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실적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보너스 지급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많은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하며, 우리가 납세자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과정을 통해 우리 은행산업이 상당한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모이니헌 CEO는 BoA가 구제금융 자금을 모두 갚았음을 상기시키면서 "우리 은행의 대다수 직원들은 경제위기를 불러오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 것이 없으며, 적은 보상으로 벌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내년 직원들의 급여수준이 2008년보다는 높아지겠지만 금융위기 전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우리 직원의 대부분이 2008년에 상당한 정도로 급여가 삭감됐다"고 강조하고 "유능한 인력을 유치하고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책임있고 절제된 방법으로 적정 보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해 보너스 지급 필요성을 옹호했다.
다이먼 CEO는 그러면서 "우리가 실수를 했으며 더 잘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말해 금융위기 초래의 책임을 인정했다.
모건스탠리의 존 맥 회장은 부동산 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됐을 때 월가에서 만들어낸 주택담보(모기지) 관련 증권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금융위기가 회사에 큰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지난해 보너스를 받지 않았으며 과도한 위험투자를 부추기는 보상체계에 수술을 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CEO도 부실자산을 섞어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위험투자를 일삼은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 고객들이 큰 손해를 본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당시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 이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기조사위의 필 안젤리데스 위원장은 "이런 해명은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는 차를 팔면서 차 주인에게 보험증서를 사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조사위는 당파를 초월한 인사 10명으로 구성돼 금융위기의 발발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1년간 조사작업을 벌여 올해 12월15까지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