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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프랭스는 '거대한 시체안치소'>

전염병 창궐 우려..정부 불신도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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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2010.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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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창궐 우려..정부 불신도 '팽배'



(포르토프랭스 AFP.dpa=연합뉴스) 지진이 강타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거대한 시체 안치소로 변해가고 있다.

파괴되지 않은 광장과 호텔 주차장 등 공터에는 보금자리를 잃은 생존자들이 몰려들면서 난민수용소가 되어버렸다.

이들은 여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며 이틀 밤을 맞았다.

◇포르토프랭스 '거대한 시신안치소'

생존자들은 지진으로 파괴된 병원들 바깥에 아무렇게나 놓인 시신들 가운데 가족이 없는지 애타게 찾아 돌아다니고 있지만, 가족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마땅히 이를 옮길 곳도, 옮길 수단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장 리오넬 발렌틴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사촌의 시신을 발견했지만, 아무도 시신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고, 택시도 엄청난 웃돈을 요구해 그냥 시신 더미에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가족의 시신을 찾아다니는 생존자들은 보호 장갑도 없이 알코올에 적신 천으로 코만 틀어막은 채 부패한 시신을 만지고 있어 전염병 창궐의 위험도 커지고 있지만, 보건당국과 구호단체들은 뾰족한 수가 없어 시신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상황이다.

◇공터.광장 등 난민수용소로 변해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의 중앙광장인 '샹 드 마스'는 집을 잃고 몰려든 난민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이 번잡한 수용소로 변해버렸다.

가족들과 함께 광장의 비좁은 틈에서 힘없이 누워있던 루디 밀리앙이라는 이름의 중년 남성은 "오늘 아이티는 또다시 해피엔딩을 모르는 나라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수천 명의 생존자들처럼 하루 동안 물 한 모금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구호단체를 애타게 기다리지만, 언제 비상식량과 의약품이 도착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샹 드 마스에는 신음하는 부상자들도 넘쳐났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피묻은 헝겊으로 상처를 대충 감싼 채 신음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힘을 모아 여기 저기서 주워모은 자재들로 천막을 세우기도 했다.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얼마 되지 않는 곳 중 한 곳인 빌라 크레올 호텔의 주차장 역시 난민 수용소로 변하기는 마찬가지.

의료진은 이곳에 간이 진료소를 세우고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지만, 의약품과 의료인력이 턱없이 모자르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정부 불신 팽배

아비규환을 이루면서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팽배했다.

제임스라느 이름의 21세 남성은 "국제사회가 진정 아이티를 도우려고 한다면 지원금을 정부가 아니라 우리들에게 직접 나눠줘야한다"고 말했다.

클레망이라는 이름의 남자 역시 정부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하루 동안, 국제기구나 어떤 정부 관계자도 우리에게 물 모금 주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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