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 등 당정 최고 책임자가 재일동포 등 영주 외국인에게 지방 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올 통상(정기)국회에 제출, 처리하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타던 참정권 문제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정부.민주당 수뇌회의에서 정부입법 방식으로 이번 통상국회 기간 관련 법안을 제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12일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신년회에 참석한 야마오카 겐지(山岡賢次)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당수, 아마요쓰 도시코(浜四津敏子) 공명당 대표대행 등 70여명의 여야 의원도 지방참정권 법안 처리를 약속했다.
여기에 야마오카 위원장은 지난 14일 자신을 방문한 주일대사관의 이혁 정무공사에게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인 3월 하순 이후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밝히는 등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반대파들의 저항도 강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당 대표인 총리와 당 간사장의 찬성 방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 안팎의 찬반론이 뒤섞이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15일 정치권 및 재일 한국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참정권 부여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관련 법안에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의원들의 사무실에는 극우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항의 팩스 등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의원의 경우 밀려드는 팩스 때문에 업무상 필요한 서류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극우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당정이 정부입법으로 법안을 제출하기로 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부터 "국익에 반하는데 대책도 없다" "민주당의 방침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단이 지원해준 대가"라는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수 세력을 자극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야당인 자민당도 오는 7월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표의 결집을 위해 참정권에 반대하는 당론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5일 "자민당 내에서 헌법 위반이라는 의견이 강하고, 지방의회에서 반대가 많아 법안에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이런 극우세력과 야권의 반발이 강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연립정권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민신당의 대표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은 이미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제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서는 각료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그가 각료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질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하토야마 총리로서는 가메이 금융상을 대신해 자신이 금융상 서명란을 채우거나, 최악의 경우 그를 해임하고 자신이 일시로 금융상을 겸하는 등의 방법을 택할 수 있지만 실제 그가 연립정권 파괴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강행할 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민주당 내에서도 의원들 간 온도 차가 적지 않다. 해당 법안의 주무부처인 총무성의 수장인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전부터 법안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그는 14일 법안 제출 주체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과 관련된 문제는 의원입법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고 총리와 당 간사장의 '정부제출 입법'이라는 합의 사항에 반기를 들었다.
또 정부 제출로 최종 결정될 경우에 대해서는 "연립 3당의 판단을 들어보면서 신중히 논점을 정리하겠다"고 신중론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인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도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당의 최대 실력자인 오자와 간사장이 정치자금 문제로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오는 18일 통상국회 소집 이전에 검찰이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 전격 소환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해 낙마하거나 치명상을 입을 경우 당 장악력이 급속하게 약화하면서 반대론이 득세, 참정권 부여 법안 처리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엔 오자와 간사장의 당 장악력이 유지되면서 올 상반기, 또는 연내 처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