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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인프라 부재로 아이티 구호 난항

일몰후 구조작업 중단..병원도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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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2010.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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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후 구조작업 중단..병원도 태부족



(포르토프랭스.워싱턴 AP.AFP=연합뉴스) 최근 강진으로 국토가 초토화된 아이티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활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의 구호물품이 속속 도착하고 각국 구조대가 활동을 시작하고 있지만 치안 상황이 극도로 불안해진 데다 항만.공항.병원.도로 등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가 작동하지 않아 상당수 부상자가 사망자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한 도미니카 구조대의 델핀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대장은 "현재 구조대에게 최대 난제는 치안 문제"라며 "무장을 하지 않은 구조대로선 밤이 되면 구조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티 유엔안정화지원단이 평화유지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본부 붕괴로 유엔 직원만 36명이 사망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다.

구조팀과 구호물자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티인들은 각국 구호팀에 위협이 되고 있다. 물과 음식, 생필품 부족에 지친 이재민들이 점차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토프랭스에서는 구호작업 지연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민이 항의의 뜻으로 시내 몇 곳에 사망자의 시신으로 벽을 쌓아 길을 막는 참혹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또 여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민들이 거리에서 지내고 있어 식량을 비롯한 구호물품을 수송하는 차량의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지게차 등 중장비 부족으로 매몰자를 구출하는 작업도 제한되고 있다. 아이티인들은 망치와 쇠몽둥이 등을 들고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생존자들은 지진으로 파괴된 병원들 바깥에 아무렇게나 놓인 시신들 가운데 가족이 없는지 애타게 찾아 돌아다니고 있지만, 가족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마땅히 이를 옮길 곳도, 옮길 수단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이 이미 7천명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밝힌 가운데 아이티 적십자사엔 시신을 담을 가방도 없다.

각국 구조대들은 건물에 매몰된 부상자들을 구출해도 보낼 병원이 없다는 점, 구호작업을 지휘해줄 현지 당국이 부재하다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구호활동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도 크게 파손돼 악재가 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항구가 크게 파손돼 선박을 이용한 물품 수송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공항은 구조 요원들을 실은 비행기들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어 대혼잡을 빚고 있다.

특히 공항은 포화상태로 착륙할 공간이 없는데다 비행기 연료도 바닥나 구호 인력과 물자를 실은 일부 항공기에 대한 착륙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급파한 항공모함 칼빈슨호(號)는 이 같은 상황에서 구호 인력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헬리콥터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의료진을 포함 3천200명의 병력을 실은 칼빈슨호는 하루에 40만갤런(약 150만ℓ)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정수 시설도 갖추고 있다.

도미니카.베네수엘라.미국.프랑스.볼리비아 등 구조대는 현재 아이티에 도착해 구호활동을 진행 중이다.

도미니카 구조대는 붕괴된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17명의 생존자를 구출하고 10여구의 시신을 발굴했는데 이 중에는 아이티 상원의원 20여명이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20여개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사회, 시민단체 등이 구호품을 보내고 있다. 정부 및 정부기관이 약속한 아이티 지원자금은 4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유엔은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역에 인구 350만명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이티 적십자는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 4만5천∼5만명, 이재민 30만명 등 피해자가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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