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딸 찾으러 아이티행..천신만고 끝 딸 무사 확인
(포르토프랭스<아이티>=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어떤 고난과 역경도 어린 딸을 구하려는 엄마를 막진 못했다.
미국 뉴햄프셔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아이티인 에그장튀 나디아 조셉(여.34)이 아이티 지진 소식을 듣고 아이티를 향해 출발한 것은 지난 13일 낮.
전날 저녁 대지진 발생 소식을 듣고 나이 든 부모와 4살 난 딸 시아라가 있는 아이티로 가기 위해 항공편을 예약하고 물과 음식 등을 구입한 뒤였다.
뉴햄프셔에서 보스턴으로 갔다가 아이티 포르토프랭스행 항공편이 많은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것은 13일 밤.
14일 새벽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한 그는 공항 대합실 의자에서 밤을 지새웠다.
잠시 눈을 붙이려 해도 딸의 얼굴이 어른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전화도 이메일도 모두 불통이었고 가족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딸의 사진을 연방 꺼내봤지만, 입술이 타들어가고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마음은 억누를 수가 없었다.
JFK공항에서 포르토프랭스행 항공기를 탑승한 에그장튀는 이제 도착만 하면 집에 갈 수 있다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봤지만, 그의 역경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탑승한 항공기가 포르토프랭스 공항이 폐쇄돼 착륙할 수 없게 되자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 공항으로 회항한 것.
14일 오후 산토도밍고에 도착한 그는 아이티로 갈 교통편을 찾으려고 공항과 대사관 등을 뛰어다니며 도움을 청하다가 또 하룻밤을 산토도밍고에서 보내야만 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상황이었다. 설사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먹을 것이 없다면 나이 든 부모와 어린 딸이 버티기 어려운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이다.
15일 아침 다행히 산토도밍고에서 포르토프랭스까지 가는 고속버스가 운항을 재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국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변에서 또다시 발이 묶여버렸다.
마침 도로를 지나가던 한국 선교단체의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 행렬을 만나 탑승을 부탁했고 어린 딸에게 주려던 물과 식량은 모두 버린 채 차량 한편에 탈 수 있었다.
선교단체의 차량 행렬에 동참한 도미니카 주재 아이티 대사관의 제럴드 카사메이어 영사는 국경으로 가던 행렬을 멈추고 사고 차량의 자국민들을 도와주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선교단체의 구호물품 차량을 타고 국경을 넘은 에그장튀는 아이티 내에서 통화가 가능한 인터넷폰으로 지인들과 통화해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연방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가족들을 만난 뒤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오로지 딸을 내 품에 안고 키스하고 싶을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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