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17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1,2위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결선에 진출한 후보는 `백전노장' 빅토르 야누코비치(59) 전 총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 율리아 티모셴코(49) 현 총리.
19일 1차 투표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야누코비치가 35.39%, 티모셴코가 25%를 10.39% 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출전 선수가 18명에서 2명으로 압축된 결승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이번 결선 투표는 남녀 간 성(性) 대결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두 후보가 이력은 물론 정치 성향, 외교노선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드러내 창과 방패의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먼저 둘 다 정당 대표로서 두 번의 총리를 지낸 관록을 자랑한다.
원내(450석) 176석을 가진 지역당 당수인 야누코비치는 쿠츠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02~2004년에, 그리고 현 빅토르 유셴코 정권에서는 2006년 8월부터 1년3개월 간 총리를 했다.
또 원내 156석의 `티모셴코 블록'을 이끄는 티모셴코는 2005년 2월부터 8개월간 총리를 하다가 유셴코 대통령에게 팽(烹) 당한 뒤 2007년 11월 다시 총리에 기용돼 현재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지지기반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운수업을 하다 정계에 진출한 야누코비치는 친러시아 성향으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남부에서, 에너지 사업을 한 티모셴코는 민족주의와 친서방 성향으로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중서부를 텃밭으로 하고 있다.
또 안정과 질서를 중시하는 야누코비치는 철강과 화학 업계를, 개혁을 외치는 티모셴코는 금융 업계를 자금줄로 하고 있다.
외교 노선에서도 야누코비치는 친러시아 성향이 확연하고, 티모셴코 총리는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하지만, 친서방에 더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야누코비치 지지자들은 티모셴코에 대해 예측불허의 대중영합주의자로 유셴코 대통령과 함께 경제를 망쳤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티모셴코 지지자들은 야누코비치를 우크라이나 올리가르흐(과두재벌)가 만든 인물이며 2004년 대선에서 국민을 속인 정치인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특히 2004년 오렌지 혁명을 이끌면서 `잔 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은 티모셴코는 저돌적인 태도와 올리가르흐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여성 푸틴'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는 백호(白虎)를 안고 찍은 선거 홍보물에서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위기에서 구해낼 호랑이라고 자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최근 "야누코비치를 지지하는 것은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당의 안나 게르만 부총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총리로 있을 때 이 나라 경제가 어떠했는지를 보면 유권자들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비난을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승전에서 야누코비치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양쪽 모두 1차 투표에서 패한 후보들을 어떻게 규합하느냐, 상대 텃밭에서 얼마나 표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야누코비치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의회 해산 후 총선을 다시 치르기 전까지는 티모셴코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 2차 투표 이후 우크라이나 정국 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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