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이라크 바그다드에서의 25일 연쇄 폭탄테러 여파로 건물 유리창 대부분이 완파되는 피해를 본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의 하태윤 대사는 "우리 공관을 겨냥한 공격으로 착각할 정도로 폭발음이 엄청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 대사는 26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체류 중인 우리 국민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특별경계지역인) `그린존'으로 이동하도록 권고했고, 앞으로는 공관 복구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5일 발생한 폭탄공격은 바그다드 내 호텔 3곳을 강타하면서 모두 36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다행히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음은 하 대사와 일문일답.
--폭탄공격 당시 상황은.
▲오후 3시 40분께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데 `쾅'하며 고막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들렸고 왼쪽 유리창이 깨졌다. 대사관 현지 경호 담당 대원들이 헬멧을 챙겨 쓰고 총을 들고 바쁘게 움직였고 하늘에서는 이라크 치안당국 헬기 여러 대가 비행을 시작했고 총소리도 잇따라 들렸다.
건물의 거의 모든 유리창이 박살나 처음에는 공관을 겨냥한 공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리창이 없는 복도로 직원 10여명이 대피했는데 또 한 차례의 폭발음이 들려왔다. 20분가량 복도에 모여 있다가 사태가 진정된 것 같아 피해 상황을 파악하며 업무를 재개했다.
--유리창이 거의 모두 박살 났는데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다.
▲2006년 5월에 방폭 필름을 설치한 것이 인명피해를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리에 방폭 필름을 덧붙인 덕분에 유리 파편이 강하게 튀지 않아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직원들 건강상태는 어떤가.
▲2명 정도는 강한 폭발음 충격으로 아직도 고막이 좀 아프다고 한다. 특별한 외상을 입은 직원은 없다. 다만 유리가 모두 박살 나는 바람에 당분간은 추위 속에서 근무해야 할 것 같다. 이라크 치안 사정상 직원들 숙소도 모두 공관에 있는데 유리창이 깨져 직원들은 어제 칼바람 속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공관 복구 계획은.
▲우선 유리 파편을 쓸어 내고 집기들을 정리할 계획이다. 유리와 방폭 필름을 새로 구입해야 하는데 이라크 물자 조달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가능할 것 같진 않다. 한국 기술진이 직접 공관에 와 설치하는 방안도 본국과 협의 중이다.
--한국 국민에 대한 보호 조치는.
▲이라크에는 교민은 없고 사업차 잠시 왕래하는 기업인들이 종종 있다. 현재 모두 7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는데 이 중 4명의 숙소가 위험지역에 있는 것으로 판단돼 비교적 안전한 `그린존' 내 숙소로 이동하도록 권고했다.
--오는 3월 7일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 치안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종전에는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됐지만 최근 그린존 내 정부청사까지 잇따라 폭탄공격에 노출되면서 그야말로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 없어진 상황이다. 외무부나 재무부 등 우리 공관 직원들이 자주 다니던 청사에서도 잇따라 폭탄이 터지고 있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위험 속에서도 공관 운영을 계속 해야 하는 당위성은.
▲이라크 정부 관리들은 한국이 자이툰부대를 파견하는 등 이라크 평화 정착과 재건 지원에 주요 역할을 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이라크가 찬란한 문화는 물론 석유와 가스 등 다량의 천연자원을 보유해 경제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다. 앞으로 자원 및 에너지 협력, 수출 및 건설 분야에서 한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이라크의 무한한 잠재력을 국익에 연결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