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자이, 미국에 서운함 드러내
(워싱턴.이스탄불 AFP.AP=연합뉴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관계가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칼 아이켄베리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가 자신을 "적절한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서운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양국관계에서 미국이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터키를 방문하고 있는 카르자이는 26일 이스탄불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프간은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며 "양국의 협력관계가 미국의 의지에만 따르는 것이라면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아이켄베리 대사가 지난해 11월 6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카르자이가 미국의 적절한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라는 평가를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카르자이는 이어 기자들에게 "협력관계가 두 주권 국가의 공조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비록 한쪽이 매우 가난하고 다른 한쪽이 강대국이긴 하지만, 우리는 협력관계다"라며 편치 않은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갈등은 특히 아프간.파키스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65개국이 모이는 런던 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런던 회의에는 아프간 측에서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며,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바마가 아프간 문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삼고는 있지만,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그동안 자주 부패와 무능력을 이유로 카르자이 정권에 불신을 드러내 왔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해 광범위한 부정선거 의혹에도 카르자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더욱 표면화됐다.
1차 투표 과정을 지켜본 미국이 아프간에 압력을 넣어 카르자이는 결국 결선투표에 동의했지만, 이내 야당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그는 결선투표 없이 그대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카르자이에게 종종 적대감을 드러내 왔다.
한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마크 세드윌 아프간 주재 영국대사를 아프간 최고 민간대표로 임명했다고 AFP통신이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드윌 대사는 아프간에 주둔하는 국제안보지원군(ISAF) 내 최고위 민간인 관리로 11만3천명의 주둔군을 지휘하는 스탠리 맥크리스털 사령관(미국)과 함께 각각 민간과 군사분야를 총괄하게 된다.
세드윌은 1990년대에는 이라크 무기 사찰관으로 근무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카불 주재 영국 대사로 일해왔다.
나토 측은 이런 내용을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나토 사무총장이 곧 임명소식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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