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이틀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 여러 종류의 포를 쏘며 무력시위를 벌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비록 NLL 북쪽 수역이기는 하나 북한이 NLL과 가까운 바다에 이틀 연속 포격을 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뭔가 복잡한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는 이유다.
북한의 이번 해상 포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확실치 않으나 일단 29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러시아 해상교통 문자방송인 나브텍스(NAVTEX)를 통해 알린 해상사격 기간이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이기 때문이다. 포격의 시작 시점을 늦춘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종료 시점을 지키지 않으면 항해중인 선박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럼 북한은 왜 미리 피하라고 예고까지 하고 텅빈 바다에 포탄을 쏴대는 걸까?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지만 우선 한국과 미국 두 나라를 겨냥해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다시 말해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평화협정 체제의 구축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미국을 `평화협정 회담'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속내라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정전협정의 결과물인 NLL의 근접 수역에 연일 포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한쪽으로 포 사격을 하면서 같은 날 판문점 실무접촉을 통해 북한내 미군유해 발굴 재개를 유엔사측에 제안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풀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국방부의 모린 슈먼 대변인이 28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실무회담은 한반도 정전협정의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고 북한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김정일-김정은 세습 구도가 아직 불안정한 상태에서 남한에서 `급변사태 대비계획' 보도와 `핵 선제타격'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포격 첫 날인 27일 서울과 수도권을 사정으로 하는 170mm 자주포, 240mm 방사포를 동원해 `화력'을 과시했다. 분명한 `대남 경고' 메시지가 읽혀지는 대목인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 `핵 선제타격'이나 `급변사태 대비계획' 얘기를 자신들의 통치체제를 흔드는 위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체제전복계획" 운운한 북한의 격한 반응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 불안'을 드러낸 것이라는 말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권력층과 엘리트 계층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 이후 어린 김정은으로 후계 구도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자칫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례 군사훈련'이라는 명분 뒤에서 한 발도 어기지 않고 NLL 북측 수역만 포격하는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남한, 미국과 대화 재개 가능성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모한 군사도발을 벌였다가는 남한과 미국으로부터 잠재적 지원 가능성까지 완전히 잘라버려 결국 김정은 후계구도 등 체제운영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자초할 있음을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해상포격 시위가 `김정은 업적쌓기'의 일환이며 앞으로 그의 치적 중 하나로 선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주민 강연 등에서 작년 4월 장거리로켓 발사를 김정은의 `선군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해 공개한 북한의 내부 교양자료에는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포병 분야를 많이 공부해 백전노장도 머리를 숙일 만큼 이 방면에 정통하다고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