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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연내 정상회담' 염두에 두고 있나>

구체적 시점 언급 `주목'..청와대 "원론적 입장...

연합뉴스 기자  2010.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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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시점 언급 `주목'..청와대 "원론적 입장 강조한 것"

'새로운 전기' 강조 신년연설 기조유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연내라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물론 이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유익한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중대한 시의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외교가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핵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포사격 훈련으로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은 국면에서 나온 점이다.

북한의 도발로 국내의 대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상회담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한 것은 이 대통령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올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지난 4일의 신년 연설의 기조가 재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이 지난 2년간 갈등과 반목을 거듭한 상황에서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인식을 이 대통령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원칙에 맞고 여건과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며 "`만남을 위한 만남', `정치적ㆍ전술적 국면 전환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조이자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조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작년 11월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양측의 비밀교섭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북핵포기에 도움된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국군포로.납치자(납북자) 문제를 서로 이야기하며 풀 수 있다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을 2개월 전 발언과 비교하면 북핵 문제에 대해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보기에 따라선 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에 대해 작년 11월보다 좀 더 유연해졌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청와대 측은 "현재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남북간에 지난해 10월이후 꾸준히 정상회담과 관련한 물밑교섭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책임있는 당국자들은 남북 양측의 의지가 있더라도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적지 않은 장애물들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양측이 생각하는 정상회담의 `컨셉'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진전에 기여하고, 우리의 인도주의적 과제에 있어서도 일정한 수준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기조다.

반면 북한은 핵과 평화 문제는 미국과 풀고, 남측과는 경협과 인도적 지원만을 논의하겠다는 맥락에서 정상회담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남북간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을 소재로 한 실무회담을 제의해 놓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는데 대해 당국자들은 "북한의 기본적인 대남.대미 전략 기조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언급한 연내 정상회담은 남북 중 최소한 한 쪽이 문턱을 낮추고 다가가야 성사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 쪽에서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종전 입장 대신 정상간의 만남을 계기로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식으로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 시나리오의 하나로 거론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북한이 우리와 실질적인 비핵화 논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그간 실체를 부인해온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향후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개입 등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도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화체제 협상과 북핵 협상 병행을 주장하는 북한에 대해 한반도 주변국들의 반응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 그리고 남북관계의 흐름이 어떤 맥락을 보이는 지 등이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과 맞물리며 복잡한 외교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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