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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 재정긴축 전환에 `파업정국'>

치솟은 재정적자 축소에 노동계 반발
그리스 ...

연합뉴스 기자  2010.0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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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재정적자 축소에 노동계 반발

그리스 총파업은 재정적자 타개책 시험대



(베를린.파리.런던.제네바.부다페스트=연합뉴스) 김경석 이명조 이성한 맹찬형 황정우 특파원 = 유럽 각국이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파업 정국'을 맞고 있다.

이번 파업 정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인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려고 펼쳤던 정책들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맞는 것이어서 예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유럽 각국은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었고 이에 따라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쌓였다. 재정악화가 심각한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낮아지고 일부의 경우 국가부도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

이에 각국 정부가 풀었던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는 긴축재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긴축정책은 기존 복지 수준의 저하와 공공부문 임금 삭감 및 동결, 세금 인상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공공부문 뿐아니라 민간 부문의 상당수 사업장에서도 구조조정의 칼날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실업률에 고용 불안은 갈수록 더 커지는 상황에서 처우가 더 악화될 것이 우려되자 노동계는 불안감과 분노를 파업과 시위로 표출하고 있다. 긴축이 국내수요의 감소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경기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강행되는 `감축 쓰나미'에 노동계는 파업으로 맞서며 대안을 요구하고 있으나 각국 정부는 뾰족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해 고심 중이다.

◇ 그리스 재정긴축 이행 시험대 올라 = 지난해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 최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12.7%에 달한 그리스의 총파업에 국제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EU와 금융시장의 압력에 지출을 줄이고 수입은 늘려 재정적자를 올해만 100억유로(GDP 대비 4%포인트)를 감축하는 '안정화 계획'을 내놓자 노동계가 "근로자들에만 희생을 강요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은 각각 오는 10일, 24일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안정화 계획'은 그리스를 벼량끝에서 구해내려는 조치다. 국가는 총파업과 시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세무 및 관세공무원들은 정부 재정대책에 항의하는 2일간의 파업에 돌입, 양대 노총의 총파업 결행을 예고했다.

아울러 농민들도 보조금 증액을 요구하며 수일째 트럭과 트랙터 등을 이용해 이웃 불가리아와 국경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비롯해 주요 도로를 가로막는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일간지 엘에프테로티피아는 이날 "안정화 계획은 정부가 근로자들의 퇴직 권리를 없애거나 연금을 삭감하는 등의 추가적인 긴축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해 12월 말 그리스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정화 계획'이 전날 1차 관문인 EU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얻었지만, 노동계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 대책들이 계획대로 이행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 독일 공공부문 경고파업 = 독일 공공부문 근로자 수만 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수 시간 동안 경고파업을 벌여 대중교통, 학교, 병원 등의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약 20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독일 공공서비스노조(페어디 Ver.di)는 전날 2만2천명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앞으로도 파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4일에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버스와 전철 운행 기사들이 새벽 4시부터, 뒤셀도르프 공항의 노조원들도 4시부터 8시까지 파업을 벌였으며 쾰른-본 공항에서는 파업이 예고됐다.

공공노조는 자르브뤼켄 주의 쓰레기처리장에서도 하루 동안 파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임금 5%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용자 측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경고 파업은 지난 1일 열린 임금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으로, 협상이 재개되는 오는 10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집권 기민당(CDU)의 헤르만 그뢰에 사무총장은 4일 베를리너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경제가 이제 겨우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불확실한 고용 상황이나 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공공노조의 요구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프랑크 브시르스케 공공노조 위원장은 이날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노조 집회에서 임금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할 계획이다.

그는 앞서 공영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비를 진작하고 국가 경제 전체에 자극을 주려면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영국 총선 앞둔 파업 우려 = 야당인 보수당 일각에서 그리스식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영국도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무디스는 영국에 대해 심각한 재정 적자를 경고하면서 시정되지 않으면 AAA 등급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선진국에서 공공차입이 가장 많은 영국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리스식 재정 위기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영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가 공무원 정리해고 위로금을 축소하는 조처를 추진하자 일자리 센터, 관세 및 이민담당 기관 등의 종사자 27만명을 조합원으로 둔 공공ㆍ민간서비스노조(PCS)가 3~4월 이틀간의 파업 돌입을 위한 찬반 투표를 벌인다.

PCS는 연봉 2만4천파운드를 받는 20년 근속 공무원의 경우 오는 4월1일 새로운 조치가 시행되면 정리해고되거나 또는 자발적으로 퇴직을 신청할 때 받는 위로금이 2만파운드 줄어든다고 항의하고 있다.

마크 세르우차 PCS 사무총장은 "이 위로금 제도는 보수당 정부 시절 도입됐다. 그런데 노동당 정부가 이 제도가 너무 관대하다면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임금을 털어가려고 한다"며 "권리들을 박탈당할 처지에 있는 조합원들이 분노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세르우차 사무총장은 "파업안이 가결되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이틀 간의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 터키 민영화 반대 연대파업 = 터키에선 4일 독점 담배제조업체노조의 민영화 반대 요구를 지지하는 연대 파업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총파업에는 터키노조연맹(Turk-Is)을 비롯해 공공노조연맹(KESK), 공무원노조(Memur-Sen), 철도노조(DISK) 등 노조단체들 소속 조합원들이 참여했다고 뉴스통신 아나톨리아가 전했다.

통신은 총파업을 주도한 터키노조연맹이 철도, 광산, 공공서비스, 음식료, 화학, 섬유, 금속, 고속도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20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어 많은 사업장에서 조업 또는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터키노조연맹에 가입된 사업장인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은 파업에도 항공편 이·착륙 지연 등 없이 평소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담배제조업체인 테켈(Tekel) 노조원들은 수도 앙카라에서 정부의 민영화 방침을 거부하며 50일째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피아트.토탈 등 공장폐쇄 반대 파업 = 현재 이탈리아의 각 지역 피아트 공장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폐쇄가 유력시되는 남부 시칠리아섬의 테르미니 공장에서는 몇 달 채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있다.

피아트는 주문 감소에 따라 생산을 줄이기 위해 이달 22일부터 내달 7일까지 2주 동안 이탈리아 전역의 모든 공장 조업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 조업단축이나 공장폐쇄가 불가피하다면서 폐차 보조금 등 정부 지원책이 올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경기부양과 실업률 낮추기를 위해 폐차 보조금 제도 연장 등 자동차업계 지원책을 검토 중이지만 재정적자 때문에 아직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달 철도노조가 시한부 파업을 벌였으며, 정유업체 토탈의 플랑드르 공장 노동자들은 공장 폐쇄에 반대해 3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압력 때문에 회사 측은 공장 폐쇄 최종 결정을 6월 말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으나 노조 측은 결정 연기가 아닌 공장 존속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적자와 실업 사태가 그리스 못지 않게 심각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우에도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긴축 추진에 노동계가 파업으로 맞설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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