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채 가격은 상승세 지속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재정난에 처한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11일 유럽 증시와 외환시장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럽 주요 지수가 EU 지원 합의 소식에 반짝 올랐다가 구체적 지원 방안과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에 약세로 돌아섰다.
다만, 그리스 국채 가격은 EU 정상들의 '정치적 선언'에도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 유럽 증시 약세 = 프랑스와 독일 증시가 약세로 마감한 반면, 영국 증시는 겨우 상승세를 유지했다.
프랑스와 독일 증시의 약세는 그리스 재정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개최된 EU 특별 정상회의가 '정치적' 선언을 도출하는데 그쳤다는 실망감 탓으로 분석된다.
11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주가지수는 전일 대비 0.57% 상승한 5,161.48로 마감했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 0.52% 내린 3,616.75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는 0.59% 하락한 5,503.93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이들 지수는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돼 강세로 출발한 뒤 오전장 내내 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정상회의가 구체적 지원방안 마련을 내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과 EU 재무장관회의로 미루고 "정치적" 선언을 내는데 그칠 것이라는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하락 반전했다.
또 그리스 아테네증권거래소의 ASI 지수도 등락을 보인 끝에 전일보다 0.03%포인트 내린 1,940.31로 마쳤다.
FTSE100 지수도 오후장 중반 한때 하락 반전했으나 뒷심을 발휘해 결국 상승 마감했다.
EU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스페인이 지난해 4·4분기에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기록했다는 소식, 크레디스위스의 저조한 실적 발표에 따른 은행주 약세 등이 지수 하락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 유로화 약세 = 유로존 불안에 약세를 보여온 유로화도 EU 특별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 매물에 하락했다.
이날 유로화는 EU 특별 정상회의 합의 내용이 알려지기 전까지 관망세를 보였으나 시장 일각에서 기대한 구제금융 같은 강력한 지원 방안이 나오지 않자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616에 형성되며 전일보다 0.9% 하락했다.
◇ 그리스 국채 가격은 상승 = 다만 그리스 국채 가격은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런던 금융시장에서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오후 3시50분 현재 2년 만기물은 전일 대비 0.39%포인트 하락한 5.07%를 나타내며 사흘째 내림세를 지속했다.
이 국채 수익률은 EU 차원의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지난 9일 0.32%포인트 하락했고, 전날엔 무려 0.79%포인트나 빠졌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도 같은 시각 전일 대비 0.09%포인트 하락한 5.93%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유럽발(發) 금융위기 불안이 고조되던 지난달 28일 7.15%로 치솟아 199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7%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수익률은 EU 특별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이고 강력한 지원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심리에 장중 한때 하락폭이 2년물은 0.62%포인트, 10년물은 0.25%포인트로 확대되기도 했으나 원칙적 합의 선언에 그치면서 하락폭이 축소됐다.
또 그리스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장중 한때 하락폭이 0.225%포인트에 이르렀으나 EU 지원 내용이 알려지면서 0.095%포인트로 줄어들었다.
CDS란 채권이 부도나면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 금융상품으로, 부도 위험이 클수록 수수료 격인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 EU 특별 정상회의 지원 원칙적 합의 =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는 유럽발(發) 금융위기의 '진앙' 그리스의 재정위기 극복을 지원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프랑스, 독일 등 여유가 있는 다른 유로존 국가가 그리스에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구체적 지원 방안과 규모는 내주 초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7%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부도 우려가 제기됐고 그리스 사태는 포르투갈, 스페인 등 그리스 못지않게 재정난이 심각한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올해 8.7%로 낮추고 2012년까지 EU 기준인 3% 이하로 감축하는 '안정화 및 성장 프로그램'을 마련, EU의 승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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