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검찰이 대출을 알선하고 돈을 받은 전직 금융기관 노조위원장을 기소하면서 위헌 법률을 적용하는 바람에 면소(免訴)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김학석 부장검사)는 노조위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2004년 1월28일 대출담당 직원에게 부탁해 한모씨가 25억원을 대출받게 알선한 뒤 사례비로 3억6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수재)로 모 상호저축은행 전직 노조위원장 A씨를 지난해 11월 구속기소했다.
현행 특경가법(이하 현행법) 5조는 지위를 이용해 소속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을 알선하고 금품을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고 만약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재판에서 A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해 사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예상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가 돈을 받을 당시는 현행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구(舊) 특경가법(이하 구법)이 적용되고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구법의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 2006년 4월27일 `수수액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중형에 처하게 한 것은 유사 직역에 대한 처벌법에 비춰보더라도 균형을 상실했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에게 현행법을 소급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고 구법의 가중처벌 조항도 위헌인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한 구법의 일반 처벌 조항만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A씨가 돈을 받은 시점이 형사소송법 개정 전이기 때문에 5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5년(개정 후는 7년)으로 규정한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씨의 공소시효는 지난해 1월 이미 완성됐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개정된 법의 가중처벌 조항이 여전히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위헌 결정의 소급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이 효력을 상실했으면 이를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가 A씨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이상 행동에 주의하라"고 훈계하면서도 면소 판결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헌재 결정은 받은 돈이 5천만원 이상일 때 일괄적으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한정 위헌이라 A씨처럼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위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법리 검토 후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한정 위헌이 아니라 단순 위헌 취지이며 앞서 해당 법으로 유죄가 확정됐다면 재심도 청구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며 검찰과 해석을 달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