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나행에 `야근 자처' 회사원도
"지각보다 귀가 늦는 게 더 싫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안홍석 기자 = 서울에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린 4일 오후 시내 도로가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퇴근길 교통 혼잡이 예상되자 시민들이 퇴근 시간을 미루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당초 기상청이 이날 저녁까지 눈이 내릴 것이라 예보했지만 오후 들어 눈발이 그치자 제설 작업이 더 이뤄져 도로 상태가 나아지면 퇴근하겠다는 회사원들이 많았다.
광화문의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안모(32)씨는 "아침에 승용차로 출근하는데 평소보다 배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퇴근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질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공무원 신모(30)씨는 "아침에 지하철 2호선 열차가 20분 넘게 지연돼 지각했다"며 "지각보다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게 더 싫은데 퇴근길에 열차가 멈춰서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기온이 낮은 탓에 빙판길을 우려한 일부 회사원은 새해 첫 출근날부터 퇴근을 포기하고 야근을 자처하거나 회사 근처 사우나에서 하룻밤을 보낼 계획을 잡고 있다.
일산 집에서 가산동 회사까지 4시간이나 걸려 출근했다는 김모(30.휴대전화 디자이너)씨는 "저녁까지 눈이 온다니 회사에 남아 신제품을 구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회사 수면실이 좁은데 미리 자리도 맡아 뒀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1)씨는 "집이 멀진 않지만 언덕이 많아 빙판길 사고가 걱정된다"며 "이참에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 좋아하는 사우나를 하면서 밤을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회사원 신광섭(35)씨도 "집에 가면 내일 출근하기가 힘들어 회사 주변 사우나에서 자려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오늘 회사에서는 일찍 들어갈 수 있으면 조기 퇴근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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