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예보를 잘못했을 때 비판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항상 부정적인 피드백만 있으면 유능한 사람을 쫓아내는 꼴이 됩니다. 예보관들의 능력은 데이터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켄 크로퍼드(66)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임명 후 4개월여간의 경험을 털어놓고 최근 빚어진 `기상청 오보 논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크로퍼드 단장은 미국 기상청에서 예보관 등으로 30년 가까이 일했고 1989년부터 미국 오클라호마대 석좌교수를 맡았던 기상 예보 전문가로, 작년 8월 기상청 차장급(1급)으로 임용됐다.
국내 첫 외국인 고위공무원인 그는 "한국인들의 높은 기대와 내게 요구되는 책임과 영예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퍼드 단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 공무원으로 일한 지 4개월이 넘었는데 그동안의 느낌은.
▲한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은 미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한국 기상청의 차장급 직위를 맡은 것은 영예로운 일이지만 그만큼 큰 책임과 기대가 따르는 일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국회에 나갔을 때(작년 10월13일 국정감사 당시)가 가장 무서웠다.
-- 한국 기상행정의 강점과 약점을 말한다면.
▲장점은 직원들이 재능을 갖고 있고 자기 일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다.
단점이라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직원, 특히 젊은 직원의 근무지가 자주 바뀌어서 전체적인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기기 구매와 관리에 관한 것이다. 대체로 매년 레이더 1대를 구매하는데, 현재 한국의 정부 구매 관련 법령상 지난해 레이더를 공급했던 업체는 올해 선정 대상에서 실질적으로 제외된다. 그러면 현재의 레이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기상청의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시급한 과제를 든다면.
▲하드웨어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레이더를 들 수 있겠다. 믿을만한 레이더 자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예보 정확성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온다. 만약 한국이 다른 선진국, 특히 일본과 미국 수준으로 기상 레이더망을 운영한다면 레이더 자료가 신뢰할만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개별 폭풍 규모의 수치 기상예측 모델을 통해 단기 예보의 정확성을 많이 높일 수 있게 된다.
-- 최근 빚어진 기상 오보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고 얘기하겠다. 작년 12월29∼30일 눈이 많이 온다고 기상청이 예보했는데 실제 적게 왔고 특히 서울에는 거의 내리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본, 유럽, 한국 컴퓨터 모델 모두 서울에 눈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적설량을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세계 기상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다.
현재 가능한 수준의 적설량 예상 해상도는 아무리 정밀하게 잡더라도 ±2∼4cm다.
지난 4일 기상청이 `많은 곳은 10cm 이상'을 예보했고 서울에 25.8cm가 쌓였는데, 틀리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 정도 차이는 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한계 이내라고 봐야 한다. 세계 어떤 선진 기상예측 기관도 이보다 더 세밀한 수준으로 예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은 없다.
-- 오보 논란 혹은 비판에 대한 의견은.
▲물론 비판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더 나아질 수 없어질 테니까. 그런데 계속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게 되면 유능한 사람을 쫓아 보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일기예보에 대한 비판은 있고 나도 미국에서 근무할 때 호된 비판을 받아 본 적이 있지만 한국은 유별난 것 같다.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예를 들겠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클라호마에 눈보라가 몰아쳐 14인치(34cm)의 눈이 쌓였다. 그런데 12∼18시간 전에 4∼8인치(10∼20cm)의 눈이 예보됐고 눈보라 경보는 발생 2시간 전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일반인이 예보의 정확성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 한국 예보관들의 약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문제는 초단기와 단기 예보다. 한국 예보관이 겪는 애로라면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고려할 요소가 많고, 해상 관측 데이터가 없는 등 데이터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보관 능력은 데이터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레이더 관측망 정비와 주변 해상, 특히 서해상의 관측 장비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또 한반도의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 개발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