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비슨 원장 탄생 150주년 심포지엄ㆍ다큐제작 추진
드라마 고증 지원…서울대와 '뿌리 논쟁'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국내 최초의 서양의학기관인 제중원(濟衆院)의 적통(嫡統)을 강조해 온 연세대 의료원이 이 병원의 책임자였던 올리버 R. 에비슨(1860∼1956)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제중원을 재조명하는 심포지엄 등 행사를 연다.
에비슨은 1893년 제중원을 맡은 캐나다 출신 의료 선교사로, 후일 이 기관을 세브란스병원으로 확장ㆍ개편해 현재 연세대 의대의 뼈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 의료원에서는 3월 말부터 약 한달 동안 에비슨의 유품과 당시 진료 사진 등을 선보이는 특별 전시회와 고인의 업적을 정리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자서전도 발간한다.
또 독립제작사와 함께 에비슨을 소재로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역사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공중파 방영도 추진할 예정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제중원과 세브란스 시대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데다 국내 의사 양성에 초석을 놓은 분이라 행사를 기획했다"며 "일반인에게 근대 의학이 어떻게 들어와 발전했는지 알리는 계기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료원은 최근 SBS 드라마 '제중원'의 제작 과정에서 역사ㆍ의학 자문을 맡기도 했다.
에비슨은 이 드라마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었던 천민 출신 의사 박서양을 직접 데려와 가르친 은사이기도 했다.
제중원은 1885년 미국의 선교사 겸 의사 호러스 알렌의 건의로 설립됐으며, 왕립 병원이었지만 실제 경영과 진료는 서양 선교사들이 맡았다.
이런 민ㆍ관 협업 구조 탓에 제중원은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서울대와 연세대 사이의 '뿌리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대는 1979년 "제중원은 국립 의료기관이라 우리 대학 병원의 전신"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고, 서울대병원은 2007년 직접적인 모체인 '대한의원(1907년 설립)' 100주년 행사를 열면서 제중원 122주년을 같이 기념하기도 했다.
그러자 제중원 설립일을 창립 연도로 삼는 연세대는 펄쩍 뛰었다. 선교사들이 진료와 인사 등 핵심 업무를 모두 책임졌던 만큼 '국립 기관론'은 본질을 왜곡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선교 병원이란 제중원의 이중적 성격을 부정하진 않는다. 최초의 국가 의료원인 만큼 서울대병원에도 그 명맥이 살아 있다는 점을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측은 올해 별도로 제중원 기념행사를 열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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