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용산참사' 재판과 관련해 검찰 수사기록을 공개한 서울고법의 처분에 반발해 검찰이 '즉시항고(재항고)'함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고등법원의 결정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될 때 최종 구제수단으로 3일 이내 대법원에 '즉시항고'하는 방식으로 재항고할 수 있다.
◇ 대법원 심리 이뤄질듯 =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검찰이 공개를 거부한 수사기록에 대해 법원이 직권으로 피고인의 열람ㆍ등사를 허용한 것이 재항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일단 재항고 자체는 받아들여져 대법원의 심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즉시항고는 반드시 대상이 되는 법률규정에 불복 수단이나 절차로서 명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지만, 마땅한 불복 수단이 없는 경우 대법원이 특별항고 등의 형태로 항고를 받아줬던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즉시항고 대상이 아니란 것이 명백할 경우 고법이 항고장 접수 단계에서 각하할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날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용산 철거대책위원장 이충연씨 등의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7부(이광범 부장판사)가 피고인 측에 비공개 수사기록의 열람ㆍ등사를 허용한 데 대해 재판부 기피신청과 함께 즉시항고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의 즉시항고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대법원에서 언제쯤 최종 결론이 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항고장을 대법원으로 넘길지를 판단해야 할 해당 재판부가 기피신청으로 모든 재판절차를 중단한 상태기 때문이다.
구속사건임을 감안해 절차를 서두른다고 해도, 용산참사 1심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이 종결되는 데 3개월이 걸린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조기수급을 예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 "검찰주장 인용 가능성은 낮아" = 법원 안팎에선 대법원 심리 결과 재판부의 수사기록 공개가 위법하다는 검찰의 주장이 인용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은 고등법원 결정에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법령위반이 있을 때 재항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소법 415조를 근거로 즉시항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등의 일선 판사들은 판결 선고 전의 결정은 '즉시항고' 대상인 경우에만 항고할 수 있게 한 형소법 403조와, 즉시항고는 대상이 되는 법률규정에 명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법 해석을 들어 검찰의 즉시항고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판사는 "대법관들의 판단도 이 같은 일선 판사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내부 반응을 전했다.
검찰이 근거로 드는 형소법 415조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허용한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를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법령위반'으로 볼 수 없어 즉시항고 대상이 아니라는 게 판사들의 법 해석이다.
사법부 일각에선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는 '항고'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결정'이 아니라 재판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재판장의 '처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의신청은 할 수 있어도 항고할 사항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법원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해도 검찰이 항고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다만 '즉시항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재판부의 수사기록 공개가 검찰 주장처럼 법률규정 위반인지, 아니면 해당 재판부의 판단 범위 내에 있는 사항인지에 대해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다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번 수사기록 공개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공방은 첨예한 사회적 이슈가 돼온 용산참사 재판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향후 형사재판에서 수사기록 공개를 둘러싼 권한과 의무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